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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우리가 몰랐던 개미의 힘, 소비자의 파워

입력 2025-08-07 06:00  

[이코노워치] 우리가 몰랐던 개미의 힘, 소비자의 파워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자고로 우리 주식시장에서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항상 힘 있는 존재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산 종목은 주가가 올랐으니 그들이 어떤 종목을 샀는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반대로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항상 손해를 보는 힘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판 종목은 개미가 사게 마련인데 이런 종목은 대개의 경우 주가가 떨어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닥의 소규모 상장사 주가가 특별한 재료도 없이 급등했다가 큰 손이 털고 나가면 개미들이 뒤늦게 따라붙었다가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보는 게 통상적인 시나리오였다. 그러니 개미는 '호구'이자 '봉'이었다.



우리 시장에서 항상 '샌드백' 신세였던 개미가 달라진 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 때였다. 그동안 행동주의 펀드들이 간간이 투자자 입장에서 주주권익 옹호를 위해 상장사와 맞섰던 적이 있긴 했지만, 개미들이 본격적으로 뭉치며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외국인·기관의 매도에도 개미들은 그 물량을 받아내며 칼날처럼 떨어지는 주가를 떠받쳤다. 그 덕에 코스피는 3개월 만에 40% 이상 올랐다. 외국인·기관이 주도하던 시장의 주도권을 개미들이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움텄던 시기였다.



지난달 말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이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늘자 여당이 이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증권거래세율을 높이는 등의 내용에 대한 실망감으로 1일 코스피가 4%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대주주 기준이 완화될지 아니면 고수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정치권이 1천400만 주식 투자자의 반발을 의식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개미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을 샀던 공매도는 개미들의 불만에 중단 후 재개가 몇 차례 연기됐고 결국 관련 제도가 개선됐다. 마찬가지로 금융투자소득세도 개인에 불리해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폐지에 이르렀다. 상장사의 쪼개기 상장, 증자, 대주주의 횡포 등 주가에 부정적인 사안에서도 개미들은 적극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당국의 규제를 끌어내고 있다.




증시의 개미들뿐 아니라 그동안 힘없이 당하기만 했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부품 교체 때 순정부품이 아닌 대체 부품을 우선 쓰도록 유도하는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 약관도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당국이 물러섰다.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 서비스의 품질이나 가격에 문제를 제기하고 제조업체의 시정을 관철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대기업의 횡포에 힘없이 속고 당하기만 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즘 증시의 개인투자자나 상품·서비스의 소비자는 과거와 다르다. 과거 우리가 알던 호구가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문제의식을 빠르게 공유하며 연대를 통해 세를 불리고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도 안다. 불합리·부조리한 사안을 참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면 거침없이 문제를 제기해 관철할 줄 아는 '파워 개미'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앞으로는 상장사가 함부로 꼼수를 부리지 못하고 투자자 권익증진에 나서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소비자에게 외면받거나 분쟁이 발생하는 기업은 설 자리가 없는 시장이 될 것이다. 비록 예전엔 깨닫지 못했지만, 개인투자자와 소비자는 힘 있고 당당한 시장의 주인이다.
hoon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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