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1세대 로드숍 브랜드 전성시대
2010년대 양대 축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황제주로 부각
2020년대 ODM 기업·중소 인디브랜드·뷰티테크 봇물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최근 'K뷰티' 산업 지형이 10여년 만에 또다시 재편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전통적으로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051900], 애경산업[018250] 등 3대 제조 기업이 축을 이룬 채 시대가 변하면서 화장품 유통만 변화 양상을 보여왔다.
2000년대에는 1세대 로드숍 브랜드들이 전성시대를 보냈다.
그러나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이후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로드숍 매장은 거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0년대에 들어선 화장품 양대 축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업계와 증시까지 지배하던 시기다. 중국과 면세점에서 고가 화장품 판매로 톡톡한 재미를 보면서, 2015년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의 수출 강세로 액면분할 전 주가가 300만원까지 오르면서 이른바 황제주로 불렸다. 서경배 회장은 당시 상장 주식 평가 자산이 10조원을 넘어 국내 주식 부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LG생활건강도 고가 화장품 후가 중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주가가 2021년 7월까지만 해도 178만4천원까지 치솟았다.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화장품 업계가 다시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중국 판매가 꺾이면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외 다른 국가로 수출 전선을 넓히며 전략을 다시 짜게 됐고 애경산업은 그룹이 어려워지면서 매물로 나오게 됐고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을 축으로 중소·벤처 기업들이 치고 올라왔다. 거리의 화장품 유통 매장은 올리브영이 장악하면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우리 중소벤처 화장품 기업들의 세계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코스맥스[192820]의 올해 2분기 잠정 매출은 6천236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LG생활건강[051900]의 2분기 매출액 6천46억원을 웃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양강 구도였던 국내 화장품 업계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ODM 기업인 한국콜마[161890]의 2분기 매출액은 4천64억원이다.
지난 6일에는 '뷰티테크' 기업인 에이피알[278470]이 코스피 상장 1년 반 만에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화장품 업계 '시총 1위'로 올라섰다. 에이피알의 시총은 지난 22일 기준 8조5천억원으로 7조1천억원인 아모레퍼시픽보다 1조원 이상 많다. 에이피알은 아마존을 통한 미국 등의 수출에 힘입어 올해 2분기 3천억원 넘는 최대 매출을 거뒀다.

인디 브랜드 기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하며 성장한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8천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가 가시화 단계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는 4조 4천억원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달바글로벌[483650] 매출액도 2021년 690억원에서 2023년 2천억원, 지난해 3천91억원으로 성장 중이다.
이를 두고 최근 K뷰티 산업이 기존 대기업 중심에서 원·부자재사, 인디 브랜드, ODM, 디바이스, 유통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재편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화장품시장은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인디 브랜드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ODM 기업이 시너지를 내며 K뷰티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며 "혁신 제품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개발하는지에 따라 승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건강기능식 분야처럼 화장품 제조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제약회사들까지 가세해 화장품시장은 무한 경쟁시대를 맞았다"며 "국내 인구도 줄고 있어 생존을 위해선 수요층과 수출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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