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주민 동원 치안관리·상호감시 '펑차오' 방식 시범운영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이 친중 성향의 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에 60여년 전 마오쩌둥이 강조한 치안관리·주민감시 방식인 '펑차오(楓橋)' 모델을 수출해 시범운영 중이라고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솔로몬제도 경찰이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한 콘텐츠와 현지 주민 등을 인용해 솔로몬제도에 파견된 중국 경찰이 올해 들어 '펑차오' 모델을 홍보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하면서 가구 정보와 지문 등 정보 수집에 대해 소개했다고 전했다.
한 지역사회 리더는 수도 호니아라 외곽에 있는 '파이터1'(Fighter 1) 마을이 펑차오 시범실시를 위해 중국 경찰과 협력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솔로몬제도 경찰((RSIPF)은 최근 성명을 내고 파이터1 마을의 치안을 개선하기 위해 "풀뿌리 거버넌스" 모델인 펑차오를 통해 인구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중국경찰은 펑차오와 관련해 마을 주민들에게 인구관리, 가구 등록,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주민 참여로 정보를 수집해 지역사회 지도 제작), 지문 및 장문(손바닥 전체 무늬) 수집 등을 소개했으며, 첫 시범실시 지역인 파이터1 외에 다른 지역으로 펑차오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몬제도 경찰은 또한 중국경찰이 올해 솔로몬제도의 여러 마을을 방문해 펑차오의 개념을 알리고 어린이들에게는 감시 드론을 친숙하게 여기도록 하는 게임을 소개하는 등 홍보활동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솔로몬제도는 최근 수년간 중국의 태평양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한 '친중 국가'다.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뒤 2022년 중국과 치안 지원은 물론 유사시 군대도 파견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중국은 현지에 자국 경찰을 파견해 현지 경찰을 교육하고 있다.
펑차오는 1960년대 저장성 사오싱시 펑차오진에서 도입된 사회주의 교육운동이자 치안관리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치안관리는 경찰이 맡지만, 당시 펑차오진에서는 주민이 혁명군중으로 동원돼 경찰과 함께 지역 내 불순분자를 감시하며 질서유지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주민에 의한 상호감시 시스템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중을 통해 지역사회의 갈등과 모순을 현지에서 해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이 방식은 1963년 성공적 사례로 중앙에 보고됐고, 마오쩌둥이 극찬하면서 '펑차오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확산했다.
펑차오 경험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후 지역사회 안정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다시 조명 받았다. 시 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기층사회의 모순과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신시대 '펑차오 경험'을 견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전문가와 야권 관계자들은 펑차오 모델이 주민 상호감시에 의존한 통치 방식이라는 점에서 인권침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벤 힐먼 호주국립대 세계중국센터장은 "펑차오는 사람들을 당 의제 지원에 동원하고 서로를 감시하게 함으로써 사회갈등을 초기에 없앤다는 점에서 중국공산당에 이상적인 통치 방식"이라며 "이 모델이 중국 밖에서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솔로몬제도의 야권 정치인 피터 케닐로레아는 펑차오가 "헌법에 보호되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권위주의 체제로 한 걸음 다가선 것이라고 우려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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