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25% 관세보다 후폭풍 클 것"…미국 줄어도 유럽 수출 늘어
현대차·기아 유럽 전기차 판매 46.2%↑…IAA 총출동해 공략 박차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홍규빈 기자 = 자동차 산업 최대 라이벌 국가인 일본이 한국에 앞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에 성공하면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 차량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것은 미국이 지난 4월 전 세계 수입 차량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보다 한국 자동차 업계에 더 큰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이자 유일한 자동차그룹인 현대차그룹이 관세 인하 적용 전까지 지역별 판매 비중 조정 등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미 동부시간 16일 0시 1분(한국시간 16일 오후 1시 1분)을 기해 27.5%에서 15.0%로 인하했다.
미국은 기존에 일본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해왔고,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포인트의 관세를 더해 직전까지 27.5%가 적용됐다.
하지만 일본은 미·일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자동차 관세를 유럽과 같은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교역국보다 빨리 이를 적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같은 25%의 자동차 관세를 매겼던 한국은 일본과 같이 15%로 관세를 내리는 것은 합의했지만 후속 조치에 대한 양국 이견으로 관세는 아직 25%로 유지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에 일본 차보다 높은 관세가 부과된 것은 지난 2012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에 대한 관세가 0%가 된 후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가에 25%의 자동차 관세가 부과될 때보다 현대차그룹 등 한국 자동차 업계가 겪는 타격은 더 클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러한 악재는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8월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5.2% 감소한 20억9천700만달러로 집계됐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한 영향 등으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미 차 수출 증감률은 지난 3월 -10.8%에 이어 4월 -19.6%, 5월 -27.1%, 6월 -16.0%, 7월 -4.6%, 8월 -15.2% 등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부터 구매 보조금을 폐지한 전기차 수출은 '0'에 가까운 수준이다.
올해 7월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 신차 대수는 164대로, 작년 같은 달(6천209대) 대비 97.4% 급감했다.
이는 전기차 수출이 본격화했던 2021년 이후 월간 기준 가장 적은 수치다.
올해 1∼7월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도 8천443대로 작년 동기(7만2천579대)보다 88.4% 줄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계가 미국으로의 수출 급감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는 유럽 등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올해 유럽연합(EU)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7억9천만달러로 54.0% 늘었고, 기타 유럽은 5억5천만달러로 73.2% 증가했다.
유럽은 탈탄소 정책에 힘입어 올 상반기 서유럽 전기차 신차 등록 비중이 15.6%에 달할 정도로 친환경차 보급률이 높다.
현대차·기아 IR센터에 따르면 1∼7월 현대차그룹의 유럽 내 차량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56만9천403대(현대차 25만4천727대·기아 31만4천676대)였다.
이중 전기차 판매량은 10만6천720대로, 46.2% 급증했다. 기아는 6만1천697대로 51.2%라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유럽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기성 완성차업체들보다 전동화 전략에 앞서 있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관세 인하 적용 전까지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 만회를 노릴 수 있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1∼7월 현대차·기아 글로벌 판매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4.8%로, 최대 시장인 미국(25%)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낮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모빌리티쇼 'IAA 모빌리티 2025'에 총출동해 전기차 신차 및 라인업 전체를 선보였는데 미국 대신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현대차, 기아는 지난 2023년 열린 IAA에는 모두 불참한 바 있다. 세계 4대 모터쇼인 IAA는 뮌헨에서 격년마다 열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최대 경쟁업체이자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도 15%라는 미국 관세에 부담을 느껴 유럽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며 "전기차 캐즘을 벗어나고 있는 유럽이 한국 자동차 업계에 '동아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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