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사태 후 처음" 원/달러 환율 1,410원대로…'팔자' 돌아선 외국인
아시아 주요국 중 최대낙폭…日닛케이255 0.87%↓·中상해종합 0.49%↓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9월 들어 거듭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쾌속질주하던 코스피가 26일 미국 경제 '깜짝 성장'과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란 암초에 부닥쳤다.
간밤 발표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3.8%로 한 달 전 잠정치(3.3%)는 물론 시장 예상치(3.3%)조차 크게 웃돌았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3천500억 달러(약 490조원)가 "선불(up front)"이란 입장을 재확인하며 원화 약세의 등을 떠밀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85.06포인트(2.45%) 내린 3,386.05로 장을 종료했다.

지수는 0.89 내린 3,440.39로 출발한 뒤 계속 낙폭을 확대해 9거래일 만에 처음 3,4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오후에는 한때 전일 종가보다 3.04% 낮은 3,365.73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5월 이후 처음 1,400원대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순매수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일제히 '팔자'로 전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천606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4천405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의 2분기 GDP 증가율 확정치가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판단하는 시장 참여자가 늘어난 것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0월 추가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수요일 91%에서 85%로, 12월까지 기준금리 2회 인하 확률은 수요일 73%에서 60%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에 달러 약세 흐름이 둔화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매력이 떨어졌고, 미국에 수입되는 의약품과 대형 트럭, 주방 및 욕실가구, 소파 등에 내달부터 25∼10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추가로 전해지면서 시장을 더욱 흔들었다.
한국의 경우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금의 성격이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현금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 때문에 가뜩이나 높던 원/달러 환율이 1,410원대로 뛰어오르며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0.87% 내린 45,354.99로 장을 마쳤고, 대만 가권지수는 1.70% 내린 25,580.32로 마감했다. 오후 3시 47분 현재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0.49%, 1.33%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으며, 홍콩 항셍지수는 0.60% 하락했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크게 하락했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1,410원대로 수준을 높인 건 탄핵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짚었다.
박성철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관세 협상 불확성 확대로 원/달러 환율이 1,410원대를 기록 중이고, 원화 약세가 외국인 수급 이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약, 트럭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소식에 하락 출발했다. 여기에 미국 2분기 GDP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면서 달러 강세가 심화했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역대급으로 긴 추석 연휴를 앞둔 위험회피 심리도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된 협상'에 대한 의구심과 추가 협상 진전 미진이 원화 약세 주요 원인으로 외국인 주식시장 자금 이탈 야기할 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이는 "다음주(10월 3일)부터 시작되는 장기 연휴 리스크 오프(risk-off·위험회피)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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