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건립 시 대규모 투자 수반 전망…동남아 조선소 성공 경험
한미 관세 협상·존스법 개정에 향방 달려…"모든 선택지 열어놔"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HD현대가 현지 조선소 지분 매입부터 직접 건립까지 폭넓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G2G(정부 간 협력) 성격이 큰 조선 사업 특성상 한미 관세 협상과 미국 규제환경 개선에 향방이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조선소 지분 참여, 인수뿐 아니라 직접 건립하는 방안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미국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온 HD현대가 구체적인 사업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HD현대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과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6월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두 파트너십이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 내 사업 기회를 탐색하는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단계로 분석된다.
이를 위한 자금은 HD현대가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조성하는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가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존에 한미 조선 협력 형태로 주로 거론된 유지·보수·정비(MRO) 위탁, 조선소 인수, 공동 건조 등을 뛰어넘어 현지 조선소를 건립하는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대규모 투자가 수반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에 1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조선소 직접 건립 시 HD현대의 투자 규모는 이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HD현대가 해외 생산 거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이 미국 진출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1996년 베트남 칸호아성에 설립한 HD현대베트남조선은 연간 10여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동남아 최대 조선소로 성장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필리핀 조선소 일부 부지에 대한 임차계약을 체결해 두 번째 해외조선소를 출범시켰다.

다만 HD현대는 한미 관세 협상, 미국 규제 동향 등을 지켜보며 미국 진출방식을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말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총 3천500억달러(약 49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문제를 놓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대미 투자 패키지의 43%(1천500억달러)를 차지하는 조선 협력 펀드도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존스법'을 비롯해 미국 선박 시장 진출을 막아온 현지 규제도 선결 과제로 꼽힌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은 ▲ 미국에서 건조하고 ▲ 미국 선적이며 ▲ 미국 시민이 소유하고 ▲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가 승무원인 선박으로만 실어 나르도록 한다.
지난 6월 존스법을 폐지하는 내용의 '미국의 수역 개방 법안'이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발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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