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정보가 러시아 지원이나 인권 침해에 활용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수십년간 미국의 '첩보 동맹'이었던 네덜란드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푸틴 급선회' 등을 이유로 기밀 공유를 축소하기로 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보당국은 네덜란드 일간 더 폴크스크란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인터뷰에는 에릭 아케르봄 종합정보보안국(AIVD) 최고 책임자와 피터 레이싱크 군사정보보안국(MIVD) 국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미국과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더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미국에 공유된 기밀 정보가 러시아를 돕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정치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이전과 비교해 미국과의 관계가 무엇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더 이상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대상으로 러시아와 관련된 첩보를 콕 집어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종전을 압박하는 등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티머시 호크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해임한 사실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호크 국장은 30년 이상 군에서 일해오며 정보·사이버 안보 관련 요직을 두루 맡아온 전문가다.
네덜란드 정보당국은 러시아와 관련된 첩보들이 어떻게 사용될지 불확실할 경우에도 정보 공유를 제한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상황을 따져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의 정보기관 운영 방침 변화가 기밀 정보 공유 축소 방침에 영향을 미치냐는 말에는 "우리는 우리의 경험으로 판단한다"라며 "인권 침해와 첩보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다만 미국 정보당국과의 관계는 좋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수십년간 미국과 기밀 정보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네덜란드는 2010년 이란 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마비시키기 위해 악성 컴퓨터 코드 '스턱스넷'(stuxnet)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미국의 다른 정보 동맹국들이 네덜란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을 고립시키면 미국은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푸틴 행보에 유럽 각국은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1천400억 유로(약 231조원)의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오는 23일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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