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엔비디아 블랙웰 언급에 여야 "국가안보 해칠 것" 한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부산에서 개최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첨단 인공지능(AI) 칩과 관련한 양보를 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공화·미시간) 위원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적성국에 최신형 첨단 AI칩을 판매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행정부에 전달했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상원의원 11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 합의를 빌미로 중국에 AI 칩에 대한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눌 것 같다고 언급했다.
블랙웰은 앞선 모델인 호퍼보다 연산 효율을 크게 높여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한 칩이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블랙웰을 중국에 판매할 수 없다.
AI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을 경계하는 미국 정부가 최신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지난해 성능을 낮춘 칩 H20을 내놨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H20의 수출까지 금지했다.
미중 무역 협상 과정에서 H20 수출 금지 조치는 해제됐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자국 기업이 개발한 반도체 사용을 장려하는 등 기술 자립을 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H20의 후속 모델로 블랙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된 새 AI 칩 'B30A'를 개발해 중국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B30A 수출 승인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블랙웰 기반의 최신 AI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의 기술우위뿐 아니라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국이 AI 기술을 이용해 군사력을 증강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주중 미국 대사를 지낸 니컬러스 번스 하버드대 교수는 "향후 10년간 중국이 첨단기술을 흡수해 군사력을 강화한다면 미국과 함께 일본과 한국 등 동맹국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개별 기업의 이익보다 국가 안보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은 이미 군사적 용도로 충분한 자국 칩을 보유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국가 안보는 미국이 후퇴하거나 외국 경쟁자들에 산업적 우위를 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30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두 수입을 재개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유예하는 대신 미국은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등의 합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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