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중 'AI전쟁' 뒷받침할 전력인프라 주안점…원전·SMR 중심
한국에도 '원전 건설 러브콜'…러트닉 "알래스카 LNG 한국 참여" 공개 요구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이 3천500억달러(약 500조원)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2천억달러를 현금 투자로 하기로 큰 방향을 잡아 향후 어느 곳에 투자될지, 투자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선 일본 사례를 볼 때 미국이 한국 정부 현금 투자 중 상당액을 인공지능(AI) 혁명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인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상당 부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는 전날 3천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2천억달러는 현금(지분) 투자에, 나머지 1천500억달러는 한국이 자율권을 갖는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할당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양국은 각료급에서 3천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운용 원칙과 방향을 담은 MOU에 서명한 뒤 구체적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대략적인 예산 규모를 정하는 작업으로 넘어갈 계획이다.
한미 양국은 이미 투자 MOU의 구체적 문안에 대부분 합의한 상태라고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이 1박 2일로 매우 촉박한 데다 3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인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한미 투자 MOU 서명은 추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방미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통상 소식통은 "미국 측의 일정 관계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MOU 서명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금 용처를 예상하려면 미국이 이 자금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투자금을 자국 첨단 산업과 희토류·핵심 광물 등 공급망 내재화를 위한 '전략 재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앞서 일본과 맺은 5천500억달러 투자 MOU 체결을 공식화하면서 ▲ 전력망 현대화, LNG 등 에너지 인프라 ▲ 반도체 제조·연구 ▲ 핵심 광물 채굴·가공 ▲ 신규 조선소 건설 및 기존 시설 현대화 포함한 민간·군용 조선업 ▲ 제약·의료 등 크게 5가지 분야를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방일 중 발표된 미일 정부의 한층 구체화한 투자 계획을 보면, 원전과 SMR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가 상당 부분 집중됐다.
양국 팩트시트를 보면 대형 원전 건설, SMR 건설, 기타 발전소, 변전소와 송전망 등 전력계통 건설에 5천500억달러 중 절반이 훨씬 넘는 3천320억달러를 투자한다.
더 상세한 계획이 담긴 일본 발표를 보면 웨스팅하우스 주도로 AP1000 노형 대형 원전과 SMR을 건설하는 데에 총 1천억달러를, GE와 히타치의 합작사인 GE 베로나 히타치 주도의 SMR 건설에 총 1천억달러를 배정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AI 산업 혁명과 미중 'AI 전쟁'을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확장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대적 원전 확충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현재 약 100GW(기가와트)인 원전 설비용량을 400GW로 확대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내걸었다.
우선 2030년까지 원전 10기 착공을 중간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건설 비용을 750억달러(약 104조원)로 추산했다.
그러나 미국은 원전 설계 등 원천 기술 강국이면서도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건설 인허가가 장기간 중단돼 원전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해 건설 능력이 약화했다.
이에 미국이 향후 한국의 조선업에 특화된 마스가를 제외한 2천억달러의 대미 현금 투자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상당액을 원전 등 에너지 인프라에 배정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지난 8월 방한해 이호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을 잇따라 만나 자국 원전 사업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도 미국이 한국의 투자금 투입을 희망하는 우선순위 사업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 동토인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난 천연가스를 새로 건설할 약 1천300여㎞ 가스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미국은 사업 리스크가 큰 사업 성공을 위해 세계 LNG의 핵심 수요지인 동아시아 핵심 국가·지역인 일본, 한국, 대만이 장기 구매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일 양국이 제공하는 자금의 투자처를 사실상 결정할 '펀드 매니저' 역할을 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에너지 인프라를 양대 우선순위 투자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들에 또 다른 2천억달러의 투자를 지시할 것이며 여기에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기반 시설, 핵심 광물, 첨단제조업,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일본 정부 제공 자금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일본 기업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일 정부의 발표에서 거명된 기업은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파나소닉, 미쓰비시전기, 소프트뱅크그룹 등 10곳을 넘는다.
따라서 향후 한국 역시 투자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권을 최대한 확보해 우리 정부의 투자금에 따른 이익이 한국 기업에 상당 부분 돌아오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일본 대비 상대적으로 개선된 조건을 기반으로 투자처 선정과 프로젝트 운영 과정에서 우리 기업에 이익이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 협의위원회가 전략적·법적 고려사항을 (미국 측) 투자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하게 돼 있고, 투자위원회는 협의위원회에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다"며 "한국인 프로젝트 매니저를 선임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고 강조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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