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과 중국이 30일 부산 정상회담에서 9월 말 이후 내놨던 수출통제 조치 다수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발맞춰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에 개입한 네덜란드 정부가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미중 정상회담 이후 네덜란드가 넥스페리아 통제 문제에서 항복 압력에 직면했다"며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 미국이 9월 29일 발표했던 '통상 블랙리스트' 확대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고, 중국도 이달 9일 내놨던 희토류 수출통제 등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는 게 중국 상무부 설명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수출통제 대상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도 수출통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발표했다. 이는 중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활용해 미국 규제를 우회하던 '구멍'을 메운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 발표 다음날 중국 기업 윙테크의 네덜란드 자회사 넥스페리아에 대해 자산·지식재산권을 동결하고 경영권을 박탈하는 등 조처를 했다.
핵심기술이 윙테크로 이전될 우려가 있다는 명분인데, 윙테크는 이미 미국의 통상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중국은 지난 9일 사마륨·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고,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 합의로 미중이 내놨던 조처는 1년간 시행을 미루게 된 것이다.
중국기업자본연맹의 바이웬시 부회장은 "(미국의 유예조치가) 넥스페리아에 대한 네덜란드 개입의 법적 근거를 자동으로 무효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윙테크가 지분 처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고 봤다.
홍콩대학의 세바스티안 콘틴 트릴로-피궤로아는 "네덜란드는 필요성에 의해 제약받는 것처럼 행동했는데,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그 필요성이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는 법적 일관성, 정치적 신뢰성, 산업적 생존 사이에서 복잡한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봤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유예조치로 네덜란드 정부가 넥스페리아를 압박할 시급성은 사라졌다면서도, 아직 향후 상황을 예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매체 이트렌드닷컴의 장궈빈 창업자는 "중국이 미국 정책에 (희토류라는) 효과적인 대응 수단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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