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계기' 입·출국길에 김해공항서 100분 회담…'스몰딜' 후 '휴전'으로 상황관리
관세·희토류·대두 등서 양측 양보…향후 근본적 합의 관련 낙관론은 크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부산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스몰딜' 후 관세·무역전쟁 '확전 자제'에 합의했지만 근본적 갈등 요인 해결까지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했던 관세 일부를 줄이고 양측이 지난 9월 이후 내놨던 수출통제 조치를 거둬들이는 수준에서 미중 정상이 악수했지만, 내년 4월로 예고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때까지 힘겨루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 회담 전 한 달간 '샅바싸움'…100분 회담서 '전술적 휴전'
양국 정상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의전실에서 만난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전술적 휴전', '확전 자제', '상황 관리' 등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가 다수다.
이번 회담은 방한 후 출국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APEC 참석을 위해 입국하는 시 주석이 약 100분간 만나는 식이었으며,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 미중 고위급 협상 당시 합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앞서 양측은 올해 세자릿수 관세를 주고받다가 5월 고위급 무역 협상 이후 '휴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은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 접근을 차단하고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식으로 장군 멍군식의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한동안 진정됐던 양국 갈등은 정상회담 약 한 달 전부터 다시 고조된 바 있다.
미 상무부는 통상 블랙리스트를 확대, 중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활용해 미국 규제를 우회하던 '구멍'을 메우기로 했고, 중국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있으면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에 대한 중국 측 제재도 발표됐다.
이후 양측은 정상회담 직전인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제5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통해 회담 의제를 조율했고, 인터뷰 등을 통해 합의 내용을 공개하며 시장을 안정시킨 상태였다.

◇ 트럼프 "환상적 관계 기대"…시진핑 "中 발전, MAGA와 상충 안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대만 등 민감한 문제는 제쳐뒀고 상대방을 자극할만한 발언도 자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이며, 우리는 오랫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했고, 시 주석은 "중국의 발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목표와 상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담 후 양측 발표를 보면 미국은 중국에 부과 중인 펜타닐 마약 관련 세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고, 대중국 상호관세 24%에 대한 유예도 1년간 계속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대중국 추가 관세 100%도 없던 일이 됐다.
또 9월 이후 내놨던 미국의 '통상 블랙리스트' 확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등의 시행을 1년 미루기로 했고, 양측은 상대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등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이는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미 중서부 지역 표심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은 "미국 측과 적절히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내년 4월 방중…이후 시진핑 답방하기로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이후 시 주석이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로 답방할 계획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앞서 중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공을 들였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회담이 이뤄진 만큼, 이번 만남은 5∼6개월 뒤로 예고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상황 관리'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미중이 깨지기 쉬운 '전술적 휴전'에 들어갔다면서,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 때 언급했던 중국의 제조업 생산과잉이나 수출주도형 성장모델 등 주요 쟁점은 이번에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에 대해 '스몰딜'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기술·국방·인권·경제 등 근본적인 갈등 요소로 인해 양국 관계는 여전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로리 대니얼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이사는 이번 합의가 '연 단위' 구조로 설계된 점은 앞으로 협상이 계속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지난 6개월간 봤듯이 시장과 정치의 불확실성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패권 경쟁적 성격을 띠고 있고 2018년 제1차 무역전쟁 당시와 달리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등을 통해 외견상 미국과 대등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향후 협상이 이어지더라도 근본적 합의가 가능할지 낙관론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4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간 신경전으로 다시 한번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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