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차관 주재 '노동환경 개선' 간담회서 업계 관행 '성토'
"한탕주의 BM 추구 심각…작품성 있는 게임 개발 지원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아무리 좋은 IP로 참신한 게임을 만들어도 출시 막판에 사업부가 '이러면 수익이 안 난다'며 마구 쥐고 흔듭니다. 이런 모습을 본 개발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A게임사 노조 관계자)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경영 관행이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 진출을 막고 있다는 성토가 업계 개발자들부터 나왔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IT위원회 소속 노조 관계자들은 6일 김영수 문체부 1차관을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국내 게임업계의 경직된 개발 풍토를 입을 모아 지적했다.
A게임사 관계자는 "겉보기에는 게임업계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익성이 떨어져 프로젝트가 망하면 개발자들을 내보내기 때문에 창의적인 개발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화학섬유노조 관계자도 "일부 게임사는 개발 조직을 쉽게 정리하려고 자회사로 빼놓는 꼼수를 쓴다"며 "도전하기에는 고용 안정성이 너무 떨어진다. 안전벨트 없이 레이싱을 하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사행성 짙은 '한탕주의'식 BM(수익모델)을 추구하는 풍토에 대한 날 선 비판도 나왔다.
B게임사 관계자는 "소수의 고액 결제 이용자만 챙기는 이른바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류) 게임이 한국 게임업계의 '갈라파고스화'를 부추겼다"며 "다수에게 재미를 주기보다는 소수의 객단가를 올려 매출을 뽑아내는 게임이 성공하고, 다른 게임도 이를 따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C게임사 노조 간부도 "한국에도 좋은 IP가 많지만, 이걸로 스토리나 세계관을 확장하기보다 캐릭터 뽑기에 돈을 들이게 만드는 페이투윈(Pay to Win·결제할수록 강해지는 구조) BM을 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같은 구조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와 작품성 있는 게임 개발 지원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게임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화학섬유노조 관계자는 "52시간 근무제 체제에서도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면 주 70∼80시간도 가능하다"며 유연근무제 확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 게임 기업의 경우 노동 시간을 40시간 이하로 줄이고도 성공한 사례가 많다. 노동 시간보다는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D게임사 노조 관계자도 "기업들은 중국의 이른바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6일 근무) 근무제를 이야기하는데, 지금 이건 중국에서도 불법"이라며 "현업 시절 중국 대표 게임사 텐센트에 출장을 가 봤는데 근무 시간은 길지언정 한국보다 더 유연한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게임 제작 지원사업이 진정으로 가능성 있는 게임 발굴보다는 '눈먼 돈' 뿌리기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B게임사 관계자는 "지원사업 평가 과정에서 게임의 시나리오나 방향성, 참신함보다는 사업성을 보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체부는 "심사위원은 10년 이상 경력에 나름의 전문성 있는 이들로 채우고 있으나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에 김 차관은 "해외 게임쇼에 한국공동관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데, 예산을 이번에 늘려서 동남아나 북중남미 지역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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