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로 정년 연장 방안이 다수…사업주에 정년연장·계속고용 선택권 법안도
정년연장 시 임금피크제 존폐도 쟁점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최근 정년 연장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대 노총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정년 연장의 연내 입법을 강력히 촉구했다.
법정 정년(60세)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 최대 5년의 무연금 기간으로 인한 고령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공약한 정년 연장을 즉각 입법화하라는 것이다.
반면 재계는 충분한 논의나 보완책 없이 법정 정년이 연장되면 투자와 고용 위축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일률적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년 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 등을 통칭해 고용 연장이라고 한다면 어떤 형태의 고용 연장이 추진되든 입법이 필요하다.
이에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중심으로 어떤 형태의 고용 연장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 1991년 법적 정년 60세 권고 규정으로 도입…의무화는 2016년부터
'법적 정년=60세'라는 등식은 생각만큼 오래되지는 않았다.
1991년 12월 '고령자고용촉진법'(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이하 고령자고용법)이 제정되면서 60세라는 연령이 법에 처음 들어갔다.
그것도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권고 성격의 조항으로, '법적 정년'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강행 규정은 아니었다.
단,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정년을 현저히 낮게 정한 경우 노동부 장관이 해당 기업에 정년 연장 계획을 작성해 제출하라고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당시 기업들의 정년이 통상 55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60세 정년 노력' 조항은 사실상 정년 연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제정법안을 검토한 국회 노동위원회 심사보고서는 해당 조항을 두고 '정년연장의 규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60세라는 연령은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60세)을 염두에 두고 설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연금수급 개시 연령은 2013년 61세로 늦춰지기 시작해 5년마다 1년씩 미뤄지고 있다. 현재는 63세이고, 2028년부터는 64세, 2033년부터는 65세가 된다.
이에 따라 정년과 연금수급 개시 연령 간 불일치에 따른 이른바 '소득 절벽'이 정년 연장 찬성론의 주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법의 '노력' 조항이 '의무' 조항으로 변경된 것은 2013년 5월 고령자고용법 개정 때였다.
당시 개정법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못 박고, "사업주가 […]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이때도 60세 정년이 대세는 아니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정년 제도를 시행하는 사업체의 57.3%는 정년이 60세 미만이었다.
또한 당시에도 현재와 같이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층 고용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에 법 개정 때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
개정법은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의 경우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정부가 노사에게 고용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기업에는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 등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60세 정년 의무화는 2016년부터 시작됐다.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먼저 시행됐고 이듬해에 상시 근로자 300인 미만 기업 등으로 확대됐다.

◇ 정년 연장 법안이 다수…계속 고용 포함 법안은 1개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고용 연장 관련 법안은 모두 12개다.
그중 2개는 자녀가 2명 이상인 근로자에 대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나머지 10개 법안이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고용 연장을 규정한 법안이다. 이 중 9개가 법적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 1개는 사업주가 정년 연장이나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년 연장을 담은 법안은 노동계 입장을, 퇴직 후 재고용을 언급한 법안은 재계의 입장을 각각 반영한다.
현재 노동계는 65세로 법적 정년 연장을, 재계는 퇴직 후 재고용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재계가 퇴직 후 재고용(계속고용)을 주장하는 것은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대개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정년이 늘어나면 그만큼 인건비가 늘어난다. 계속고용 방안은 일단 정년퇴직 후 임금 수준을 직무나 성과에 따라 재설정할 수 있어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계속 고용은 희망자에 한해 하는 것이라 모든 근로자의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정년 연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게다가 계속고용을 법에서 의무화하지 않는 이상 재고용 여부는 사업주의 재량에 달렸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5월 '공익위원 제언'의 형태로 현행 법정 정년인 60세를 유지하면서 정년 이후에도 일하기를 원하는 근로자에 대해 65세까지 계속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년 연장 법안 9개에서는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의 존폐가 쟁점이다.
5개 법안이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문구를 삭제했고, 2개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 의무를 재량사항으로 변경했다. 나머지 2개 법안은 '임금체계 개편'을 존치했다.
임금체계 개편이란 표현에는 여러 제도가 함축돼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임금피크제를 의미한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중고령자의 임금은 큰 폭으로 삭감됐으나 희망퇴직 등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정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게다가 임금피크제가 겨냥했던 정책목표인 청년층 고용 증대가 2013년 법 개정 이후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도 판단이 갈린다.
하지만 재계는 효과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일본은 사업주가 고용연장 방안 선택…유럽 국가는 연금수급 연령 늦춰
우리나라와 노사 문화와 제도가 유사한 일본은 사업주 선택 방안을 이미 채택해 시행 중이다.
일본의 '고용자고용안정법'은 제8조에서 사업주가 정년 연령을 60세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9조에서 사업주가 정년을 65세 미만으로 설정할 경우 ▲ 65세까지 정년 연장 ▲ 정년제 폐지 ▲ 65세까지의 계속고용 제도 도입 중 어느 하나의 조치를 반드시 강구하도록 했다.
일본은 2021년 법 개정을 통해 70세까지의 취업확보 조치도 취했다. 즉, 기업들이 65세부터 70세까지의 취업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정년 연장, 정년제 폐지, 계속고용 제도 도입 등의 노력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일본 기업의 99.9%가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를 실시하고 있고, 31.9%는 70세까지의 취업확보 조치도 취하고 있었다.
독일은 표준 연금수급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방안을 2007년 단행했다. 2012년부터 18년에 걸쳐 연도별로 1개월 내지 2개월씩 연장하는 방식이다.
표준 연금수급 연령은 공적연금을 감액 없이 받을 수 있는 연령으로, 독일에선 기업들이 이 연령을 기준으로 노사 협약을 통해 정년을 두는 경우가 많아 표준 연금수급 연령이 기업 정년으로 통용된다.
프랑스도 법정 연금수급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있다.
법정 연금수급 연령은 우리나라와 같은 법적 정년을 뜻하지 않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이 연금수급 연령이 사실상 은퇴 기준선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 국가들은 연령에 따른 고용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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