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레드라인' 조건도 담겨…미, 우크라에 수용 압박"
크렘린궁 "새 내용 없어"…젤렌스키 "대러 압박 촉구", 20일 미 장성 면담

(런던·서울=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체 양보와 군 규모 절반 축소를 포함한 종전안 초안을 만들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미국과 러시아 전현직 당국자들이 참여한 이 종전안이 아직 기본 틀만 있는 단계로, 우크라이나의 대폭 양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FT에 전했다.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아직 자국군 통제 아래에 있는 영토까지 포함해 돈바스 나머지 부분까지 양보하고, 군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핵심 무기류를 포기하고 미국의 군사 지원도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향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추가 침공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또한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식 언어로 인정하고 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지부에 공식 지위를 부여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크렘린궁의 오랜 정치적 목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이번 주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와 만나 이 방안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앞서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도 트럼프 행정부가 28개 항목을 담은 새로운 평화 구상을 러시아 측과 논의 중이며 우크라이나에 고위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소식통 2명에 따르면 이 구상에는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레드라인'으로 규정해온 조건까지 담겨 있지만, 위트코프 특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들 조건을 수용하기를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이 방안을 우크라이나가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는 협상에 진전을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러시아가 장난을 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 방안을 러시아의 요구를 최대치로 반영한 것이며 대폭 수정 없이는 우크라이나로선 수용하기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은 러시아가 실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시해 협상을 시작하려는 것"이라며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측은 종전 협상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은 없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알려드릴 만한 새로운 진전은 없다"고 했고,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도 "미국 측에서 제안했다면 양국 간 기존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됐을 것"이라며 '이 정도 수준'의 합의안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FT 보도 이후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목표에 공감한다면서도 종전안과 달리 러시아에 병력 철수를 촉구했다.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도 계속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비판하며 대러시아 제재를 촉구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일상생활에 대한 모든 노골적인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불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효과적인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이를 바꿀 수 있다"고 적었다.
전날 밤부터 우크라이나 곳곳에 쏟아진 러시아의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 25명이 숨지고 73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연내 러시아와 전쟁 포로 교환을 재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후 20일에는 종전 논의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댄 드리스컬 육군장관,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 등 미군 고위 대표단을 만날 예정이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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