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승강기 규제만 손봐…전력·노동 규제는 여전히 그대로
업계 "GPU 26만장 와도 서버 공간·전력 부족하면 활용 시기 놓친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박형빈 기자 = 정부가 최근 신산업 분야 규제 합리화 로드맵 1호를 발표한 가운데 대표적인 신산업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와 관련해 풀어주겠다는 규제 내용은 업계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충분히 들어서려면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가 입주할만한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지엽적인 규제만 조금씩 풀어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미술품·승강기 규제 완화…"늦었지만 지엽적 조정"
30일 당국과 데이터센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7일 신산업 분야 규제 합리화 로드맵 1호를 발표하며 데이터센터의 미술작품·승강기 설치 의무를 개선해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데이터센터가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관리 인력이 그다지 많지 않은 전산 장비 위주 공간이라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건축물 건립과 유사한 미술품 설치 규정이 적용되면서 불필요한 운영 부담이 있었다고 지목했다.
승강기 설치와 관련해서도 승강기 이용과 거의 무관한 전산실 면적을 빼고 승강기 설치 용량을 계산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이들 규제는 장애인용 주차면 확보 규정과 더불어 상주·유동 인력이 거의 없는 데이터센터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으로 수년간 꼽혔던 부분인데, 비로소 규제가 풀리는 것이다.
◇ 전력·노동·인허가 '핵심 병목' 여전…"GPU 수명 놓칠 수 있어"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늦게나마 불필요한 규제가 해소돼 다행이라면서도 중량감 있는 규제 개혁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전력 계통 영향평가로 대표되는 전력 사용 규제나 데이터센터 건설 공기를 늘리는 노동 시간 규제 및 재해 관련법,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신속히 확충하기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한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이 수급되는데 방대한 서버를 들여다 놓을 데이터센터 상면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 2∼3년으로 수명이 짧은 최첨단 GPU 활용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네이버 등 엔비디아 GPU를 받기로 한 기업들은 나름의 구축 계획을 세워두고 있겠지만, AI 발전이 빠른 상황에서 이들 기업 외에도 클라우드 인프라를 신속히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AI·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는 계속 요구되는데 임차 규모가 작은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만으로는 데이터센터 건립이 적극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구조다.
아마존웹서비스(AWS)·MS 애저·구글 클라우드 등 글로벌 클라우드 '큰 손' 유치가 데이터센터 건립을 보다 원활히 촉진할 수 있다.

◇ 비수도권 입지·송전 인프라·전력 공급이 마지막 큰 산
빅테크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두는 것은 공공 부문을 글로벌 클라우드에도 개방하는 정부 기조와 발달한 AI 서비스를 요구하는 이용자 수요와도 맞닿는다.
공공 부문의 민감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술이 앞선 빅테크에 맡기려면 역외 데이터센터가 아닌 국내 데이터센터에 저장하는 것이 데이터 주권 수호 등을 위해 보다 나은 방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업계 관계자는 "빅테크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거나 상면을 임차할 필요가 점점 높아지지만 정부가 권하는 비수도권 입지에는 빅테크 등 임차 기업이 가기를 꺼리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업계는 전력 사정을 고려해 정부가 비수도권 중심 데이터센터 구축 기조를 유지하려면 상면을 임차하는 클라우드 기업에 세제 혜택이나 전기료 감면 등의 충분한 '당근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채효근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전무는 "밀양 송전탑 사건 이후로 송전로 투자가 잘 안된 바람에 송전 인프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전력 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지방에서도 발전소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송전로가 열악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부는 지난 27일 네이버 각 세종에서 한 규제 개혁 로드맵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 등을 위해 정책협의체에서 더욱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cs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