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동부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곳곳에 25일(현지시간)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56년만에 처음으로 1인 1표 직접선거로 열린 지방의회 선거에 유권자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였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모가디슈를 포함한 바나디르 지역 각 지방의회 의원 390명을 결정하기 위해 523개 투표소가 마련됐고, 20개 정당에서 1천604명의 후보자가 출마했다.
알카에다와 연계한 알샤바브 등 무장단체의 테러에 대비해 모가디슈 곳곳은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1만명의 치안유지 병력이 동원됐고 공항은 폐쇄됐다. 심야 시간 통행금지도 이뤄졌다.
소말리아 독립 선거 및 선거구 획정 위원회(NIEBC)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지정된 투표소에서 사고 없이 투표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선거 결과는 이르면 26일께 나올 전망이다.

하산 셰이크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은 투표 개시에 앞서 TV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소말리아의 회복과 국가기구 강화를 보여주는 것이고 모가디슈가 안전하고 안정됐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며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를 독려했다.
소말리아는 1969년 시아드 바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22년간 집권하면서 보통선거가 폐지됐다.
이후 내전이 벌어져 사실상 '파탄 국가'가 되면서 지금까지 제대로 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독립을 선언한 북부 소말릴란드와 반(半)자치주인 푼틀란드 등에서 일부 지방 선거가 이뤄진 적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등 필요한 자리는 부족에 기반한 권력 분점 협상에 의해 채워졌다.
2016년 이후 여러 정치 세력이 보통선거 도입을 약속했지만, 치안 불안과 정치 공방 등으로 이행이 미뤄져 왔다.

이번 지방선거도 세 차례 연기 끝에 시행됐으며, 바나디르 외에 다른 자치주 등에서는 치러지지 않았다. 야당 지도자들은 내년에 임기가 종료하는 모하무드 대통령의 임기 연장 의도 등을 의심하며 선거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내년 대통령 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를 도입하기 위한 시험무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포괄적 선거 로드맵에 대한 정치 세력 간 합의가 없이 전국 선거 도입으로 가는 것은 다시 유혈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한 많은 시민은 선거를 통해 자기 손으로 대표자를 뽑는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모가디슈 카란 구에서 투표를 마친 하산 모하메드 후세인은 "52살인데 여태 한 번도 투표하지 못했다"며 "내 생애 처음으로 겪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신화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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