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러시아 공작설' 제기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송전설비 화재에서 시작한 독일 베를린 정전 사태가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방화의 배후를 자처한 좌익 극단주의 단체를 테러 혐의로 수사하기로 했다.
현지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은 6일(현지시간) 신원을 알 수 없는 방화 용의자에게 테러단체 가입과 반헌법적 사보타주, 공공시설 교란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기로 하고 베를린 검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았다.
극좌단체 불칸그루페는 지난 3일 베를린 남서부 리히터펠데 열병합발전소 인근 고압 송전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방화의 배후를 자처했다.
불칸그루페는 2011년 첫 방화 이후 베를린과 인근 지역의 철로와 송전설비 등 공공시설에 열두 차례 불을 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24년에는 베를린 근교 테슬라 공장 인근 송전탑도 방화 공격을 받아 테슬라 공장이 일주일간 가동을 멈췄다. 이 단체는 좌파 인터넷 매체를 통해 범행을 자백하면서 반자본·반기술·반제국주의 메시지를 발표해 왔다.
이번 화재 직후에도 "정전 아닌 화석연료 경제가 이번 행동의 목표였다"며 "가스발전소 공격은 정당방위이자 지구와 생명을 보호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국제적 연대"라고 밝혔다. 또 "덜 잘사는 분들에게 사과한다"면서도 "이 지역에 저택을 소유한 많은 이들에게는 동정심이 별로 없다"며 베를린 남서부가 부촌이어서 범행 대상으로 삼았음을 시사했다.

이번 방화가 러시아의 파괴공작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연방군 대령 출신인 로데리히 키제베터 기독민주당(CDU) 의원은 "성명을 러시아어로 다시 번역하면 어색한 (원문) 독일어보다 훨씬 자연스럽다"며 "이 극좌단체는 독일어를 제대로 못하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지시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화재 직후 베를린 남서부 약 4만5천 가구와 상업시설 2천200곳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나흘째인 이날 현재 2만4천700가구, 가게 1천120곳에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 통신이 끊기고 학교 13곳은 휴업 중이다.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추위에 정전이 계속되자 베를린 당국은 시민들에게 숙박비를 지원하고 다른 지역에서 발전기를 빌려 복구 작업 중이다. 당국은 세탁기 사용이나 전기차 충전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작업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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