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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AI로봇 온다] ① 산업현장 대격변…"韓, 로봇 밀집도 세계 1위"

입력 2026-01-25 06:07  

[일하는 AI로봇 온다] ① 산업현장 대격변…"韓, 로봇 밀집도 세계 1위"
반도체 등 자동화 현장엔 SW·플랫폼 결합…피지컬AI와 시너지
자동차, 휴머노이드 투입 본격화…부품 조립 등으로 확대
생산성 위기 건설업, 로봇 도입으로 위기 타개…장기적 영향권

[※ 편집자 주 = 인공지능(AI)과 물리적 로봇 기술이 결합한 '피지컬 AI'가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의 등장은 제조 혁신을 이끄는 동시에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AI 로봇이 가져올 산업 자동화의 격변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정부의 정책 대응 등을 네 편의 기사로 정리해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김동규 홍규빈 김민지 기자 = 휴머노이드 로봇을 필두로 한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주요 산업 현장의 풍경도 급변하고 있다.
이미 자동화 체계를 구축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은 로봇뿐 아니라 소프트웨어·플랫폼 고도화로 수율 및 생산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추세다. 철강, 조선업계 등은 생산성 향상과 작업자 안전 등을 위해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25일 국제로봇연맹(IFR)의 '세계 로보티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은 세계 4위 로봇 시장이다.
2024년 기준 한국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3만596대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3% 성장했다. 특히 실제로 구동 중인 산업 로봇은 3만9천190대로 미국(3만9천370대)과 비등했다.
한국의 제조 현장 로봇 밀집도는 근로자 1만명당 1천12대로 2023년 기준 세계 1위다. 최근 1∼2년 사이 물류로봇·협동로봇 등 다양한 산업용 로봇 도입이 가속화되며 설치 대수와 밀집도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반도체, 자동화 공정에 SW·플랫폼 결합…'제조 AI 팩토리' 구축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전자업계는 이미 완전 자동화에 가까운 공장을 구축한 상태다.
반도체의 경우 웨이퍼 투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있다. 직접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부분은 초기 생산라인 설비 구축, 설비 점검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공장도 섬세한 사람의 손이 필요한 특정 공정을 제외하면 자동화에 가깝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무거운 부품을 옮기는 물류로봇과 조립 등에 쓰이는 협동로봇 도입은 수년 전부터 이뤄져 왔다"며 "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로자의 근골격계질환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자동화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 피지컬 AI의 구현은 지능형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한 수율 개선과 설비 유지보수 효율성 제고, 비용 절감 등에 맞춰져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5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해 AI 기반의 제조 혁신을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활용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 자동화 공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제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학습하고 판단하는 공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SK하이닉스도 현재 건설 중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와 이천캠퍼스 등에 엔비디아 최신 GPU를 도입해 제조 클라우드 AI를 구축한다.

◇ 자동차·조선, 로봇으로 의장·용접 공정 생산성 향상
자동차 제조 현장은 휴머노이드 기술로 아직 인간 작업자의 손길이 필요한 의장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의장 공정은 차체에 내장부품과 새시, 외장, 전장부품 등을 하나씩 조립해 완성차를 만드는 제조 과정의 마지막 단계다. 이 공정은 복잡할뿐더러 유연하고 정밀한 동작이 요구돼 자동화가 어려운 공정으로 꼽혀왔는데, 사람과 외형과 행동이 유사한 휴머노이드 투입을 통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아산공장의 자동화율은 프레스 90%, 차체(용접) 80%, 도장 70%였으나 의장은 15% 수준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한다.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을 담당하는 등 작업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단순 반복, 고중량, 고위험군의 작업을 수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투입을 통해 '다크 팩토리'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다크 팩토리는 사람 개입을 최소화하고 로봇이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공장을 말한다. 로봇이 피로도가 높은 정밀 작업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하면서 인간 작업자는 더 윤택한 환경에서 고부가가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현대차그룹은 강조했다.

최근 한미 협력으로 주목받는 조선업계도 AI와 로봇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HD현대는 그룹 AI 컨트롤타워 조직 'AIX추진실'의 지휘 아래 조선 분야에 로봇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현재 직선 용접과 일부 곡선 용접을 중심으로 용접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조선소 자동화율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현재까지 용접 협동 로봇 등을 적용해 작업 준비 시간을 60%가량 단축했고 밀폐 구역과 같은 위험 공간에는 80대 이상의 로봇을 투입했다.
향후 휴머노이드 기술이 고도화되면 내업 공정뿐 아니라 기존에 자동화가 어려웠던 외업 공정도 생산성이 제고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철강업계도 작업자 안전과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로봇 이미 활약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4족 보행 로봇을 제철소 용광로 주변 등 접근하기 어려운 설비를 진단·점검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제철소에서 4족 보행 로봇은 근로자가 직접 하던 설비 점검 업무에 투입돼 설비 점검 경로를 따라 자율 주행하면서 점검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이상 상황을 감지한다.
포스코는 "스마트 팩토리를 넘어 사람, AI, 그리고 로봇간 협업을 통한 지능형 자율제조 프로세스인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작년 11월 당진 특수강공장에 선재 태깅 로봇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제품 이력이나 규격 등의 정보를 담은 태그(tag)는 그동안 작업자가 손으로 부착해왔으나, 태깅 로봇은 컨베이어를 따라 이송되는 선재 제품을 스캔해 부착 위치를 찾아 자동으로 부착한다. 이에 따라 태그 오부착으로 인한 강종 혼재 등 오류를 최소화하고, 안전 개선 효과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건설업계,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 악화 정면 돌파…현장 안전 제고
건설업계는 최근 지속적인 원가 상승으로 생산성이 악화하고 현장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기술적 타개책으로 로봇을 활용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공장 제조업과 작업 특성이 달라 당장 로봇이 공정 전반에 도입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3D 영상 인식과 자율주행 기능 등을 갖춘 건설자재 운반용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이 본격 도입되면 건설 현장에서 사고 위험이 높은 자재 운반작업이 자동화되고, 작업자와 자재 운반 동선이 분리돼 안전사고 예방과 작업 효율성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AI를 탑재한 4족보행 로봇 개 '스팟'을 2022년부터 주택, 터널 등 각종 건설현장에 투입해 현장 상황 실시간 모니터링 등 다양한 용도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호반건설은 와이어를 따라 수직 이동하면서 원격으로 롤러 도장 작업을 하는 외벽 도장 로봇 '롤롯'의 파일럿 테스트를 지난해 완료했다.
다만 건설업은 생산라인별로 일관된 작업 프로세스를 갖춘 공장 제조업과는 현장 여건이 크게 다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은 아파트마다 수작업이 다 달라 똑같은 결과물을 낼 수 없는 등 공정이 패턴화된 제조업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로 대체될 수 없는 직업으로 목수, 배관공, 전기기사를 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종 역시 현장에 대한 노조 영향력이 큰 업종임을 고려하면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데 대한 노조 반발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크레인 등 일부 공정의 경우 현재 기술로도 무인화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노조 반발 등이 우려돼 도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도 건설업 전반이 생산성 향상과 원가율 개선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라 로봇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jakm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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