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특수관계자 지급비용 2조5천억원…연간 지급규모 6배로 늘어
IT 유지보수·경영자문 용역비…구글·애플은 특허로열티·지식재산권
한국매출 90% 넘어…한국서 40조 벌면서 미국로비 4년간 155억원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조민정 기자 = 한국법인 쿠팡이 지난 2024년 한국에서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은 9천억원 넘는 자금을 미국으로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의 6배를 웃돌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쿠팡이 이런 방식으로 5년간 미국본사 쿠팡Inc 등 특수관계자에 지급한 비용 규모는 2조5천억원이 넘는다.
산업계에선 쿠팡의 '로켓 성장' 이면에는 한국법인의 이익을 깎아 미국 본사의 자산을 불리는 설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 자금의 산출 근거를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워 쿠팡이 한미 양국에서 세금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 쿠팡, '미국본사 등 특수관계자 비용' 5년 새 6배로…5년간 2조5천억원
쿠팡의 지난 2024년 감사보고서를 연합뉴스가 분석한 결과 쿠팡의 특수관계자 비용은 2020년 1천503억4천만원에서 2024년 9천390억4천800만원으로 5년 만에 약 6배로 불어났다.
지난 5년간 지급한 특수관계자 비용만 2조5천억원이 넘는다.
쿠팡의 지난 2024년 매출은 41조2천901억원이었다.
이 중 상품 매입이나 물류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약 1조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각종 세금과 비용을 제한 뒤 한국에 남은 순이익은 7천849억원이었다. 미국본사 등 특수관계자에 지급한 비용이 순이익보다 1천500억원 이상 많았던 셈이다.

특히 쿠팡은 2024년 미국 본사 직속 자회사인 '쿠팡 글로벌 LLC'에 가장 많은 6천195억원을 집행했다.
쿠팡 글로벌 LLC는 해외 직구 사업을 담당하는 법인으로 쿠팡과 마찬가지로 미국본사 쿠팡Inc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감사보고서에는 포괄적인 항목만 제시될 뿐 실제 어떤 용역이나 사용료가 공정가격에 맞게 산정됐는지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
이를 두고 '한국이 현금 인출기'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쿠팡Inc 입장에선 한국 쿠팡의 자금을 이전받아 흑자가 생기더라도 과거 적자와 상계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게 가능한 구조다.
한 세무 전문가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배당은 과세가 명확하지만, 용역비나 로열티는 적정성 판단이 어려워 조세 회피 논란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영역"이라며 "특히 모회사와의 거래일수록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 해 말부터 국세청이 쿠팡의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사실 관계를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쿠팡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 쿠팡 '용역비' vs. 글로벌 빅테크 '특허·지식재산권 사용료'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과 성과가 배당 대신 비용 형태로 미국 모회사 쿠팡Inc에 이전되는 데 대해선 문제 제기가 나온다.
배당은 세금을 낸 뒤 남은 '이익'에서 배분하지만, 경영자문료나 정보기술(IT) 수수료는 세금을 내기 전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과세 회피성 자금 이전이라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국법인 쿠팡은 설립 이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지난 2024년 기존의 누적 결손금을 모두 해소하고 잉여금을 쌓으면서 작년에 첫 배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다른 외국계 기업도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본국으로 보낸다. 그러나 쿠팡과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구글이나 애플은 한국 매출의 상당 부분을 특허 로열티와 지식재산권(IP)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보낸다.
이와 달리 쿠팡은 외부에서 산출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IT 시스템 유지보수와 경영 자문 용역비 등을 자금 이전 명목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기술력'을 담보로 수익을 챙기는 반면, 쿠팡은 한국 소비자와 노동자들로부터 생긴 매출을 송금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빅테크 기업들은 한국에 '서버와 같은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논리로 법인세 문제에 대응하지만, 쿠팡은 한국에 거대 물류센터가 있기 때문에 비용 지출을 극대화해 영업이익을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구글·애플은 미국 본사가 글로벌 확장 전략에 따라 한국에 지사를 세워 운영 중이다.
그러나 쿠팡은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나올 정도로 한국에서만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쿠팡을 거느린 미국법인 쿠팡Inc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고, 쿠팡을 지배하는 구조만 갖추고 경영에 유리한 미국 델라웨어에 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델라웨어는 법인세가 없고, 기업에 유리한 법원을 운영해 전 세계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본사 등록지이기도 하다.
쿠팡그룹은 이처럼 한국에서 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면서도, 미국 정가에도 지속적으로 로비를 해왔다.
미국 상원 로비 보고서(LD-2)와 로비 추적 사이트 '오픈 시크릿' 등에 따르면 쿠팡은 로비 비용으로 ▲ 2021년 101만 달러 ▲ 2022년 145만 달러 ▲ 2023년 155만 달러 ▲ 2024년 387만 달러(한화 약 56억원) ▲ 2025년 227만 달러(한화 약 33억원)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쿠팡Inc 미국 투자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린옥스의 창립자 겸 파트너인 닐 메타는 쿠팡Inc의 이사회 멤버이고, 알티미터의 회장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Inc가 고용한 로비스트 중에는 미국 USTR에서 한국 통상 업무를 담당한 전직 고위 관료와 연방 상원 재무위원회 출신의 법률 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aayyss@yna.co.kr,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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