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 '옥상옥' 실권기구 설립법 제정…軍최고사령관이 수장 맡을 듯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권이 야당을 사실상 배제하고 치른 총선에서 친군부 정당의 압승을 선언하고 민간 정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사정권이 새 정부 위에 군림할 것으로 보이는 '옥상옥' 기구를 만들기로 해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향후 직접 대통령으로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 실권을 휘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8일과 지난달 11일, 25일 세 차례로 나눠 실시된 총선에서 군사정권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상·하원 586석 중 339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군부에 자동 배정되는 166석을 더하면 USDP는 전체 의석의 약 86%인 505석을 사실상 확보했다.
나머지 21개 정당은 각각 1∼20석을 얻었다.
군사정권 측은 유권자 2천240만 명 중 1천310만명이 투표, 약 54%의 투표율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USDP는 의회를 장악, 단독으로 새 내각을 구성하고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게 됐다.
현행 미얀마 헌법이 대통령의 군 최고사령관 겸임을 금지한 가운데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차기 대통령을 맡아 전면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그는 지난 3일 미얀마를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회담에서 내달 셋째 주에 의회가 소집돼 새 대통령을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USDP 측은 당이 아직 대통령과 내각을 어떻게 구성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사정권은 차기 대통령이 국가안보·대외 관계·입법 등에 대해 자문하는 '연방자문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최소 5명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이 자신과 임기가 같은 위원장·사무총장을 직접 임명하게 된다.
위원회의 자세한 설치 목적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위원회가 민간 정부 위에서 실권을 갖는 국가 기구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따라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연방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 군 통수권을 유지한 채 절대 권력을 갖고 차기 정부 위에 군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얀마 싱크탱크 전략정책연구소의 나잉 민 칸트 연구원은 로이터에 "연방자문위원회의 권한은 매우 광범위해 국가 안보의 모든 핵심 요소와 입법 과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라면서 "행정부·입법부·사법부 위에서 최고 권위를 행사하는 '초강력 기구'를 탄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8년 2월 퇴임 직후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직을 맡았다가 두 달 만에 물러났고 후임 노태우 정부가 국가원로자문회의를 폐지한 바 있다.
한편 주요 야당을 제외하고 치러진 이번 총선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선거가 아닌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볼커 튀르크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이번 선거가 기본권을 존중하지 못했다면서 "전국 곳곳에서 갈등과 불안이 끊이지 않았고, 야당 후보와 일부 소수민족은 투표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군부는 사람들을 투표소로 몰아넣은 후 폭력에 의한 통치를 공고히 하려 하고 있다. 이는 민간 통치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부 장관도 지난 1일 미얀마 총선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미얀마도 속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도 지난달 29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번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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