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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우크라에 이르면 내년 '부분 회원국' 지위부여 추진"

입력 2026-02-10 16:39  

"EU, 우크라에 이르면 내년 '부분 회원국' 지위부여 추진"
폴리티코 보도 "5단계 구상…EU가 느끼는 다급함 반영"
기존 절차 따른 정회원 가입엔 10년 소요 전망…헝가리 거부권도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유럽연합(EU)이 이르면 내년부터 우크라이나에 '부분 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전례 없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계획의 목적은 우크라이나가 EU 정식 회원국이 되는 데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하기 전에도 EU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EU가 우크라이나 가입의 필요성을 매우 다급하게 느끼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27년 EU 가입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이 일정을 문서로 공식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과 EU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저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우리가 (EU 가입) 날짜를 박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왜 특정한 날짜를 적시해야 하느냐고? 왜냐하면 그 날짜가 우크라이나, 유럽, 미국, 러시아에 의해 서명될 (문서에 적힐)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부분 회원국 지위를 조기에 부여하려는 EU의 이번 구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거론해온 EU의 "역 확장"(reverse enlargement) 발상과도 통하는 점이 있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현재 제도로는 가입 절차가 모두 끝나고 정식 회원국이 된 후에야 회원국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제도를 바꿔서 가입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초기부터 단계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구상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블록 가담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국내의 민주주의적 제도, 사법부와 정치체제에 대한 개혁을 할 여유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EU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다만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반대하는 등 걸림돌이 있다는 적도 나온다.
최근까지는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는 신청 후 약 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왔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6월에 EU 가입 신청을 했으며 바로 그달에 몰도바와 함께 '회원 후보국' 지위를 얻었다.
현재 EU 회원 후보국은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조지아, 몰도바,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등 9개국이다.
이 중 튀르키예는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63년부터 준회원으로 있었고 1987년에 정회원 가입신청을 했으나, 아직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부터는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밖에 코소보는 2022년에 가입신청을 했으나 독립국 인정 여부 등 문제가 있어 회원 후보국 지위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폴리티코는 서로 다른 5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들과 EU 관계자 3명,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 2명 등 취재원 10명으로부터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EU가 다음과 같은 5단계 계획을 구상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 1단계 (우크라이나의 준비)
일단 EU는 우크라이나 가입 신청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EU는 협상이 필요한 6개 클러스터(분야) 중 3개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에 비공식적으로 상세한 정보를 이미 제공했으며, 올해 3월 3일 키프로스에서 열릴 비공식 EU 담당 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측 참관 대표단에 나머지 클러스터에 대한 정보도 제공키로 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EU의 협조를 얻어 가입에 필요한 개혁을 조속히 마무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우리는 2027년까지 기술적으로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며 전쟁의 종결과 동시에 안보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하고 "그리고 우리에게는 EU가 안보 보장"이라고 말했다.

◇ 2단계 (EU 부분 회원국 지위 창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6일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회원국 관계자들로부터 신규 회원국 가입을 둘러싼 교착 상태를 해소할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역 확장" 등 몇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구상은 회원 가입 절차가 시작될 때부터 단계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EU 관계자들은 이것이 회원국 지위 획득에 필요한 기준을 낮추겠다거나, 회원국 사이에 등급 구분을 두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쟁이나 헝가리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 등 특수한 사정 탓에 회원 가입 절차에 진전이 없는 우크라이나, 몰도바, 알바니아 등의 회원 후보국들에 정치적으로 강력한 지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한 EU 외교관은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러시아의 침략전쟁이 4년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지원이 필요하며, EU는 정치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이런 지원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3단계 (오르반 퇴진 기다리기)
EU가 신규 회원국을 가입시키려면 기존 회원국 27개국 전체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등의 EU 가입에 극구 반대하고 있는 점이 신규 회원국 가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EU 관계자들은 오르반 총리가 4월 선거 전에 우크라이나 EU 가입 불가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나머지 26개 회원국과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4월 치러질 헝가리 선거를 눈여겨보면서 오르반 총리의 거부권 행사를 우회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르반 총리 측 집권당은 야당에 지지율이 근소하게 뒤지고 있다.
몇몇 EU 관계자들은 만약 머저르 페테르가 이끄는 야당이 4월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그가 지난해에 공약한 대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찬성 여부를 헝가리 국민에게 국민투표로 물어볼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오르반 집권이 계속된다면 EU는 계획 4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 4단계(트럼프 카드 사용)
오르반 총리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극구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선다면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게 유럽 지도자들의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찬성토록 오르반 총리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협의한 평화 계획안의 조항들이 실현되도록 미국이 보증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일부 유럽 내 주체들과 정치적으로 협력해 이 주체들이 (조항 실현을) 막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5단계 (최후 수단으로 헝가리의 EU 회원권 정지)
만약 4단계마저 실패하면 최후 수단으로 EU의 나머지 26개 회원국이 헝가리의 회원권을 정지해 거부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는 EU의 핵심 가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회원국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제재로, EU 창설 조약 제7조를 근거로 이런 수단이 동원될 수 있다.
회원권 정지 제재를 위한 준비 절차가 발동된 전례는 2016년 폴란드 상대, 2018년 헝가리 상대 등 2차례 있었으나, 실행된 적은 없다.
회원권 정지 제재가 실현되려면 대상 국가를 제외한 회원국 모두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EU는 아직 제재 준비 절차를 발동할 계획은 없다.
4월 선거 전에 섣불리 발동을 추진할 경우 오르반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EU 주요 회원국들은 만약 오르반이 4월 선거에서 계속 집권하고 EU의 결정 과정을 계속 방해할 경우 제7조 절차를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imhwas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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