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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규제근거 폐기에 얼어붙는 美전기차시장…"HEV·유럽 노려야"

입력 2026-02-13 11:26  

탄소 규제근거 폐기에 얼어붙는 美전기차시장…"HEV·유럽 노려야"
트럼프 위해성 판단 폐기에 美 전동화 전환 둔화 가속 전망
"현대차 등 HEV 수요 공략해야…전동화 빠른 유럽으로 수출처 전환"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임성호 윤민혁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온실가스 규제의 근거로 활용돼 온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결론을 폐기하면서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전동화 전환 속도가 급격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다만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움직임을 고려할 때 미국 자동차 수요는 휘발유 등 내연기관차(ICE)로 회귀하는 대신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대안이었던 하이브리드차(HEV)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업체가 미국 시장을 겨냥한 하이브리드차 전략을 강화하고,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인 유럽 등으로 전기차 수출처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과 함께 "우리는 공식적으로 이른바 위해성 판단을 종료한다"며 "미국 역사상 단일 조치로는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09년 마련된 위해성 판단은 이산화탄소, 메탄 등 6가지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복지에 위협이 된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결론으로, 그동안 미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근간으로 역할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공식 폐기함에 따라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가 대대적으로 완화되고,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는 둔화할 전망이다.
앞서 전임 조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천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보조금 정책을 지난해 9월 30일 이후 폐기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수요는 크게 감소했고, 위해성 판단까지 폐기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 둔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국 자동차 시장이 바로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하이브리드차로 수요가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7.2%가량 늘어난 21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 기아의 해당 시장 하이브리드차 판매량도 지난해 역대 최다 33만1천692대를 기록하며 49.1% 급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기아가 미국 시장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늘리고, 미국 내 대표 생산기지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에서 하이브리드차 혼용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대차, 기아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셀토스 하이브리드 모델 등을 미국 현지에서 출시해 해당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이번 조치로) 미국에서 인기 있는 하이브리드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대차, 기아는 일본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해 현지 판매나 수출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전기차 생산과 수출은 속도를 조절하고, 현지 소비자 니즈에 맞추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의 전기차 수요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여 대미 전기차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 신차 대수는 1만2천166대로, 전년(9만2천49대) 대비 86.8% 급감했다. 이는 전기차 수출이 본격화했던 2022년 이후 연간 기준 가장 적은 수치다.

현대차가 지난해 울산에서 신규 전기차 공장을 기공하는 등 국내 전기차 생산 캐파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라 전기차 수출처를 유럽 등 미국 외 지역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해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는 캐즘 속에서도 전년 대비 29.7% 늘어난 258만5천대를 기록했다.
또 전기차에 특화한 중국 완성차업체들도 미국을 피해 유럽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현지 특화 모델 다양화 등 유럽에 맞는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등으로 전기차 수출처 다변화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유럽은 미국과 달리 친환경 자동차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뚜렷한 노티스(정책 안내)가 없는 상황이고 전기차 정책이 단기간에 크게 변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위주 경쟁력은 다소 위축될 수 있겠지만 작년에도 하이브리드 등 수출 다변화에 성공해 전체 수출량은 증가한 것을 고려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동화와 이에 따른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전환은 전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미국 정책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된다.
서정대 자동차학과 박철완 교수는 "지금은 친환경 차가 친환경이라 팔리는 시대가 아니다. 전기차는 고도 자율주행이 구현될 수 있는 차라서 팔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친환경이 아니라 자동차 기능의 고도화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라고 했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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