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업체에서 임시 관리 전망…회사 측 "불법적 조처"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홍콩계 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 측에 파나마 운하 항만 운영권을 부여한 계약 관계를 위헌으로 결정한 파나마 대법원 판결문이 23일(현지시간) 관보에 게시된 가운데, 홍콩 당국과 CK허치슨 측은 파나마 정부의 이번 조처가 불법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파나마 관보 온라인 사이트에는 1997년부터 파나마 포트 컴퍼니(PPC)에 부여했던 발보아 항구(태평양 쪽)와 크리스토발 항구(대서양 쪽) 항만 운영권 관련 당국과의 계약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이 담긴 70쪽 분량 파나마 대법원 판결문(관보 30468호)이 올라왔다. 파나마 포트 컴퍼니는 CK허치슨 자회사다.
이에 따라 파나마 포트 컴퍼니는 이날부로 2개 항만 운영 및 크레인·컴퓨터 시스템 등 터미널 내·외부 모든 동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상실했다.
파나마 대통령실은 별도의 5쪽 분량 행정명령(관보 30468-A호)을 통해 2개 항만 운영과 관련한 권리 주체를 파나마 해사청(Autoridad Maritima de Panama)으로 적시했다.
CK허치슨은 1997년 입찰을 통해 발보아 항만과 크리스토발 항만을 파나마 포트 컴퍼니 운영 하에 뒀다. 관련 운영권은 2021년 갱신 계약을 통해 2047년까지(2022년부터 25년간) 연장된 상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파나마 운하가 중국 영향력에 놓였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간 조약을 통해 1999년에 넘긴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CK허치슨을 겨냥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정작 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의 소유인 CK허치슨은 중국 당국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민간 기업이다.
CK허치슨은 지난해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 사업 부문을 미국계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TiL 그룹 컨소시엄(블랙록 컨소시엄)에 넘기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고, 지난달 파나마 대법원판결에 따라 매각은커녕 아예 빈손으로 철수할 처지에 놓였다.
홍콩 당국과 CK허치슨 측은 즉각 반발하며 관련 조처가 불법적이라고 비판했다.
알제논 야우 홍콩 상무경제발전국 국장은 주홍콩 파나마 총영사에게 CK허치슨의 파나마 항만 운영권 상실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고, '강한 불만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24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CK허치슨 측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관련 항만 운영권을 파나마 당국이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다며 "파나마 정부의 조처는 발보아 및 크리스토발 항만의 운영, 보건,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몰수 조처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와 손해에 대해 파나마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측 반발도 지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파나마에서의 신규 프로젝트 협의를 중단하라고 국영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무산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의 예산을 14억 달러(2조원 상당) 규모로 추산했다.
CK허치슨 측은 파나마 당국을 상대로 국제 중재 절차를 밟고 있으며, 별도의 소송 제기 가능성도 보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정부는 사전에 마련한 '비상 계획 조처'에 따라 제3의 기업에 파나마 2개 항만의 운영·관리를 임시로 맡길 전망이다.
임시 관리 업체는 덴마크계 글로벌 해운기업 AP몰러-머스크(머스크·Maersk)로 알려졌다. 현지 일간 라프렌사파나마는 머스크 측이 발보아 항만을, 이탈리아계 기업인 MSC가 크리스토발 항만을 각각 잠정적으로 맡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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