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주유엔 대사 언급 위주 소개…비판 아닌 사실관계 전달 주력
대만 총통 "이념 유사한 국가·파트너와 긴밀히 소통"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가운데 중국 당국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 작전은 중국 시간으로 2월 28일 오후 시작됐으며, 1일 오전 하메네이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날 오전 11시(한국 시간 정오)까지 별도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관영매체들은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가 2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밝힌 발언을 전면에 배치했다.
푸 대사는 "이란과 역내 국가들의 주권·안보·영토 보전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도 전날 밤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 타격에 대해 고도로 우려한다"며 두 문장으로 긴장 악화 방지와 협상 재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하메네이 사망 이후에는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CCTV)는 미국·이란의 공식 발표와 외신을 인용해 전날부터 각각 200건 넘는 속보를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으나, 미국을 직접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보다는 사실관계 전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으로 신중한 기류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이 공개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배경에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3분의 1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운송된다.
중동 정세 급변은 곧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더불어 중국은 이란과 외교·경제적 관계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중국은 2023년 이란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회원 가입을 지지했고, 브릭스(BRICS) 확대 과정에서도 이란의 참여를 지지했다.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맞서 다자 협력 틀을 확대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강경 규탄 대신 절제된 메시지를 유지하는 것은 중동 정세의 향방을 지켜보며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사안을 과도하게 확대하지 않으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에 이은 이란 공격을 통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재확인한 중국이 신중 모드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1일 오전 게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이어 더 큰 '이란의 수렁'에 빠져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군사행동이 미국이 국제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위세를 과시하는 계기가 될지, 미국 패권의 전환점이 될 '워털루 전투'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워털루 전투는 1815년 나폴레옹이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에 패한 전투로, 그는 이 전투에서 완패한 뒤 대서양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됐다.
관영 환구시보 총편집인을 지낸 관변 논객 후시진은 하메네이 사망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 침투가 이미 이란 전역에 깊숙이 뿌리내렸음을 보여 준다"며 "최고지도자조차 보호하지 못한 이란 지도부 내부에 더 이상 진정으로 안전한 인물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만은 보다 분명한 외교적 메시지를 내놨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념이 유사한 국가 및 글로벌 파트너들과 긴밀히 연락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 긴장 고조에 대비해 에너지·원자재 가격 변동이 대만 경제와 금융, 민생 안정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선제 대응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