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이스라엘 보복하며 걸프 때려 반이란 정서 자극
UAE "수동적 방어 넘어설 것"…발사장 직접 타격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공격으로 최고지도자를 잃은 이란 정권이 주변 걸프 국가들을 무차별 타격하면서, 오히려 아랍 군주국들의 강력한 반격 의지만 키우는 '치명적 오판'을 저질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 역내 부유한 국가들의 경제 인프라를 마비시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중단시키려 했으나, 이 전략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지난달 28일 이후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는 물론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중재했던 오만까지 걸프 6개국을 타격했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요르단, 이라크까지 최소 9개국을 공격하며 중동 전역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애초 걸프 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UAE 두바이·아부다비, 카타르 도하, 바레인 마나마 등 주요 도시에 이란 드론과 미사일이 쏟아져 민간인 사상자와 인프라 파괴가 발생하자 기류가 급변했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이란은 UAE에 탄도미사일 165기와 드론 541기를 발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요격됐지만 3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윌리엄 웩슬러 국장은 "토요일(지난달 28일) 아침 많은 걸프 지역 사람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분노하며 잠에서 깼지만, 밤에는 이란에 분노하며 잠자리에 들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주말 직전까지 외교적 마찰을 빚던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도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이견을 덮고 단일 대오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일 걸프 국가들을 향해 "우리가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에 화를 내고 그들을 압박하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을 빌미로 걸프 지역에 막대한 타격을 가함으로써, 걸프 국가들이 나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중단하도록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하지만 걸프 국가들은 이란 정권의 존속 자체가 자국의 안보와 경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걸프 국가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완전히 비이성적이고 근시안적인 행동"이라며 "이란 정권의 생존 여부는 이란 국민이 결정할 문제로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에 의한 이란 정권 교체를 사실상 묵인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걸프 국가들이 이란 내 미사일 및 드론 발사장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르가시 보좌관은 "우리는 수동적 방어에 머물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며 비례적 대응을 경고했다. 실제로 UAE는 1일 이란 테헤란 주재 대사관을 전격 폐쇄하고 외교관들을 철수시켰다.
유럽 역시 이란 정권 붕괴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기지가 이란의 자폭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반이란 기류가 더욱 굳어졌다고 WSJ은 전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에 대해 "이란 역사의 결정적 순간"이라며 "이란 국민이 더 큰 자유를 누리는 새로운 이란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은 1일 공동 성명에서 이란의 무분별한 중동 국가 공격에 맞서 필요시 방어적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이란에 경고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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