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정부업무보고…'美 직접 비판' 자제하면서도 '대만 통일' 의지 재확인
"질서있는 세계 다극화 제창…국제적 공평·정의 수호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행보를 지적하며 '세계 질서 수호자'를 자처해온 중국은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 미국 비판 수위를 다소 낮추면서도 국제 무대에서 우군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창 중국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연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개막식 정부업무보고에서 "우리는 독립 자주의 평화 외교 정책을 견지해야 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글로벌 동반자 관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패권주의와 강권(强權) 정치를 단호히 반대하며, 국제적 공평·정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표현이 지난해 업무보고에 이어 그대로 유지됐는데, 올해 업무보고에는 '글로벌 동반자 관계 네트워크 확장'이 추가됐다. '시진핑 체제'에서 종종 쓰여온 어구 중 하나로, 국제 무대에서 양자 관계 격상 등을 통해 우군을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돼왔다.
중국은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관세 전쟁을 시작한 가운데 열린 작년 정부업무보고에서는 "모든 형식의 일방주의·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넣으며 대립각을 세웠으나, 올해는 미국을 연상시키는 비판 표현의 비중을 대체로 줄였다.
미국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자제하면서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전날 전인대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조만간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중국이 '수위 조절'에 나섰을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날 리 총리는 "중국은 국제 사회와 함께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제창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건설에 적극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국제 질서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동하고, 인류 운명 공동체를 공동 건설해 세계 평화 발전이라는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열 의향이 있다"고 했다.
대만 문제에 관한 부분에서는 '통일'을 앞세우면서 '포용' 메시지를 함께 던졌다.
리 총리는 이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히 타격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에 반대해야 한다"며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평화·발전을 추동하고, 조국 통일 대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반대'한다고 했던 표현은 올해 '타격'으로 수위가 높아졌고, 작년에는 협력 메시지 뒤에 나왔던 '조국 통일 대업 추진' 표현은 올해 전진 배치됐다.
아울러 올해 업무보고에는 "중화 문화를 함께 전승·발양하고, 대만 동포가 동등한 대우를 누리도록 하는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는 어구가 추가됐다.
반면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중국과 대만이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견지한다"는 표현과 '양안 교류 협력과 융합 발전 심화', '양안 동포 복지 증진' 등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지됐다.
대만 집권 민진당 등 '반중' 성향 세력과 제1야당 국민당 등 '친중' 세력 사이에서 채찍과 당근을 함께 내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마카오 특별행정구 정책을 다룬 대목에서는 '애국자의 홍콩·마카오 통치 원칙 이행' 같은 표현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융합'을 한층 더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날 "홍콩·마카오의 법에 따른 거버넌스 효능을 높이고, 홍콩·마카오의 경제·사회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며 "홍콩·마카오가 국가 발전 대국(大局)에 더 잘 융합·복무하고 홍콩·마카오가 '조국에 기대어 세계와 연결되는' 독특한 우위와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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