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올해 성장률 목표 4.5∼5%"…안팎 도전 속 35년만에 최저(종합3보)
전인대 업무보고…부동산 침체·내수부진·관세압박 속 '안정적 성장·체질개선' 방점
물가목표 약 2%·재정적자율 GDP대비 약 4% 유지…과학기술 예산 10%, 국방예산 7% 증액
리창 총리 "실제 업무에선 더 나은 결과 위해 노력"…대만 관련 표현 강경해져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김현정 정성조 특파원 권수현 권숙희 차병섭 기자 = 중국이 안팎의 도전과제 속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35년 만에 최저 수준인 4.5∼5%로 설정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GDP 성장률 목표를 이같이 발표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유지해온 '5% 안팎' 목표를 4년 만에 낮춘 것으로, 1980년대 말 경기과열에 대응하기 위한 긴축정책과 톈안먼(天安門) 시위 여파 속에 성장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던 1991년(4.5% 목표) 이래 가장 낮다.
블룸버그와 AFP 등 외신들도 올해 목표치가 1991년 이후 최저이며, 예외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던 2020년뿐이었다고 전했다.
1992년 이후 6∼9% 수준의 성장 목표를 제시했던 중국은 2000년대에 들어 7∼8%, 2010년대 초반 7.5% 수준으로 목표치를 점진적으로 하향조정했다. 2016년에는 목표치 하단이 6.5%로 낮아졌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2년에는 5.5% 안팎, 2023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3년 연속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세웠다. 최근 3년간 실제 경제성장률은 2023년 5.2%, 2024년과 2025년은 각각 5.0%였다.
올해 목표치를 하향조정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청년 실업 문제 등 내부 요인에 더해 미국의 관세 압박과 기술 통제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내외 압박 속에 무리하게 '5%대 성장률'을 사수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목표 설정으로 안정적 성장 속에 리스크 관리와 경제구조 조정 등 체질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 전문가들도 31개 지방정부 성장률 목표를 분석해 올해 국가 전체 성장 목표치가 4.5∼5% 범위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낮아진 목표치도 2020년부터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두 배로 늘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중국 정부가 판단한 연평균 성장률 4.1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리창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이 심해지고 지정학적 위험은 증가하며 세계 경제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국내적으로는 경제발전과 전환 과정에서 직면한 기존 문제와 새로운 도전이 여전히 많다"고 언급했다.
리 총리는 성장목표 하향조정에 대해 "올해는 제15차 5개년 계획의 출발점으로 경제 구조 조정과 위험 방지, 개혁 추진을 위한 여유를 확보하고 향후 발전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실제 업무에서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률과 재정적자율 등 다른 핵심 지표의 목표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목표는 지난해와 같은 2% 안팎으로 제시됐다. 중국은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물가 목표를 3%에서 2%로 낮췄는데, 이는 수요 부진과 디플레이션 압력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됐다.
재정 적자율은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인 GDP 대비 약 4%를 유지했다. 적자 규모는 작년보다 2천300억위안 증가한 5조8천900억위안(약 1천251조원)으로 계획했다.
중국 정부는 또한 주요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와 소비지출 장려 보조금 지원을 위해 1조3천억위안(약 276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하고 국유 상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추가로 3천억위안(약 63조원)의 특별국채를 발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방정부 인프라 투자와 부채 감소 등을 위한 특수목적 채권 할당량은 4조4천억위안(약 934조원)이다.
고용 목표는 도시 조사 실업률 5.5% 안팎, 신규 취업 1천200만명 이상으로 각각 설정,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수문제를 업무보고 연간 10대 과제 중 첫번째로 언급하며 내수 부양 의지를 강조했다.
소비 보조금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 재원은 올해 2천500억위안(약 53조2천억원)으로 책정했다. 또 중앙예산 내 투자는 7천550억위안을 배정하고 초장기 특별국채 자금 8천억위안은 '양중'(兩重·국가 중대 전략과 안전·안보 능력 등 중점 분야 지원 정책) 건설에 사용한다.
또 도시·농촌 주민과 저소득층 소득 증가 계획을 마련하고 사회보장 제도를 완비해 실질적인 소득 확대를 꾀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초중고교 봄가을 방학과 시차 유급휴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소비 유인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발전과 안보를 잘 조율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거시 정책을 실시하겠다"면서 "정책의 선제성·정확성·협동성을 강화하고 내수를 지속 확대하며 공급을 최적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기존 자원을 활성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 속에 올해 중앙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작년보다 10% 증가한 4천264억2천만위안으로 설정됐다.
리 총리는 "올해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과 관련한 자립·자강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각 산업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발전시키는 이른바 'AI 플러스(+)' 전략을 심화하고 미래 에너지, 양자 과학기술, 체화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6세대(6G) 통신 등 미래 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올해 국방 예산은 지난해 대비 7.0% 늘어난 1조9천96억위안(약 405조원)으로 설정했다.
증가율은 지난해(7.2%)보다 소폭 낮지만 5년 연속 7%대 증가세를 이었다.
국방비 증가율은 2020년 6.6%, 2021년 6.8%, 2022년 7.1%로 점차 높아졌으며,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7.2%를 유지해왔다.
대만 관련 내용은 표현이 한층 강경해졌다.
작년 업무보고는 "'대만 독립' 분열 및 외부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으나 올해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히 타격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반대"한다로 바뀌었다.
중국 정부는 이날 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의 초안도 공개했다.
초안은 '내수 진작'과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강조한 가운데 연간 GDP 성장률 목표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별도로 설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다만 향후 5년간 GDP 성장률을 합리적 수준으로 유지해 2035년까지 중등 선진국 수준의 1인당 GDP에 도달하기 위한 기초를 닦겠다고 설명했다.
연간 R&D 지출은 증가율은 14차 5개년 계획 때와 마찬가지로 연평균 7% 이상으로 설정됐고 도시 실업률 '5.5% 이하', 1인당 가처분소득 증가율도 'GDP 성장에 맞춘다'는 목표를 유지했다.
단위 GDP 당 이산화탄소 배출은 5년간 17%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4차 5개년계획 당시 5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8% 줄이겠다고 한 것에서 소폭 조정한 것이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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