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中, 베네수 사태 때도 신중한 태도…미중 정상회담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이란 사태의 장기화 우려 속 관망에 가까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적 셈법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이 중국의 우방국들을 상대로 잇따라 군사 행동에 나서 에너지 공급망에 변수가 커진 가운데 중국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6일 중국과 이란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래 중심의 관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동맹으로 분류돼온 이란의 위기 상황에 중국이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중국과 이란은 에너지 협력을 중심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마지막 해외 방문은 1989년 베이징이었다.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테헤란을 방문한 뒤 2021년 양국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국은 25년간 4천억달러(약 588조원)를 이란에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이란은 그 대가로 석유 공급을 계속하기로 했다.
실제로는 약속된 투자금 중 극히 일부만 이란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됐으나 석유 공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상당량은 원산지를 숨기기 위해 말레이시아산으로 둔갑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이란에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판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중국은 이를 부인했다. 이란이 시위대와 정권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데 중국의 안면 인식 및 감시 기술이 활용됐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도 있다.
이러한 양국 관계를 서방 국가들은 '동맹' 수준으로 분류했었으나 현재 중국의 대응을 보면 그만큼 긴밀한 관계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동시에 이번 사태로 중국 역할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케리 브라운 교수는 "중국 역시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의도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이번 사태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이란과 잘 지낼 만한 이념적, 문화적 이유는 없다"라며 "양국 관계는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있으며 결코 심화된 관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맞물리며 더욱 힘을 얻는다.
두 사태와 관련해 중국은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뿐 실질적인 지원 없이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필립 세틀러-존스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책임 있는 대응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은 세계 여러 전장에서 초강대국의 의미가 무엇인지 입증하고 있다"라며 "중국은 경제력은 있지만 같은 수준의 초강대국이 아니며 미국의 군사 행동으로부터 우방을 보호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신중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이달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9년 만의 베이징 방문 일정이 거론된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미중 정상 간 만남의 분위기를 좀 더 완화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중동 위기가 중국이 관계를 강화해온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국가들에도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세틀러-존스 연구원은 "중동에서 장기간 혼란과 불안정이 지속되면 중국에 중요한 지역에도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예컨대 아프리카 경제는 걸프 지역 자본의 수혜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고 말했다.
만약 이러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 더 큰 불안정이 발생해 중국의 장기적인 이해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 런던대 SOAS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도 "몇 달 안에 일부 국가에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그 나라들은 바로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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