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도화로 국가 기업 지형 재편…"토지·신용 공급서 냉대"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산업 육성에 집중하면서 제조업이나 부동산 등 그간 중국 경제 성장을 주도한 전통 산업이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토지 이용 제도가 엄격한 중국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기술 기업들이 산업 용지를 우선 배분받는 등 실제 현장에서 전통 산업이 밀려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저장성 동부 닝보시 정부는 신규 유망 기업 유치를 위해 20년 이상 왕춘 산업단지에서 운영됐던 플라스틱 및 의류 공장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이전을 요구했다.
경작지 보호를 위해 토지 관리를 엄격히 하는 중국에서는 산업용지에 할당량이 있어 일반적으로 기존 기업이 부지를 비워줘야 다른 기업이 입주해 이용할 수 있다.
로봇 선두기업인 유니트리(위수커지)의 최고경영자(CEO) 왕싱싱의 고향인 닝보는 제조업체에 할당됐던 기존 토지를 재배정해 유니트리와 같은 첨단 기업을 유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탕페이판 닝보 시장은 작년 10월 왕 CEO와 만난 뒤 2028년까지 대규모 생산 시설과 AI 컴퓨팅 센터를 갖춘 '지능형 로봇 테크노폴'을 건설하는 수십억 위안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지역 매체들은 이 공장에서 생산될 로봇이 닝보항의 컨테이너 터미널과 세관, 지역 발전소 및 긴급 상황 대응 분야에 투입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SCMP는 닝보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중국의 급변하는 경제 우선순위가 반영됐으며, 결과적으로 정부의 자원 배분이 기업 발전 경로에도 영향을 미치고 산업 지형도 재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CMP는 "수십 년 전만 해도 전통 제조업체들이 지방 정부의 지원, 특히 산업용지 할당제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는 오히려 소외되는 추세"라며 "경제 성장뿐 아니라 환경 개선 요소도 중요한 공무원 평가 지표가 되면서 오염을 유발하는 제조업체를 서비스 중심의 기술 기업으로 대체하는 것이 매력적 해결책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
닝보시 닝하이현에서 세탁기와 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중소 제조업체 운영자 쉬샤오윈은 SCMP에 "AI는 모든 지방 공무원들의 화두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AI나 로봇 분야 외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토지나 신용 공급에 있어 냉대받게 될 것이고, 심지어 이주를 요구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탕다제 중국기업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정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민간 기업만 지원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면서 "전통 산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제 폐쇄 및 이전 조치를 취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는 민간 경제 보호를 강조해 온 중국의 약속과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남중국공업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의 장위하오 선임 연구원은 "급성장하는 기술 기업과 더불어 수많은 다른 민간 기업들은 빙하기에 떨며 공존하고 있다"라며 "1·2선 도시 중심지가 첨단기술에 집중할 경우 다른 지역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상호보완하고, 전통 산업 분야의 발전 공간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전통 제조업의 생산 시설을 하위권 도시로 이전할 경우 정부의 추가적 지원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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