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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G7 논의서 비축유 방출 두고 2시간만에 180도 돌변"

입력 2026-03-12 11:51  

"트럼프, G7 논의서 비축유 방출 두고 2시간만에 180도 돌변"
"'시기상조' → '대규모 방출' 설득…G7 국가들 충격"
WSJ "트럼프 행정부 의사결정 혼선 반증"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전략 비축유 방출을 협의하는 G7(주요 7개국) 회의에서 불과 수 시간 만에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는 갈지자 행태를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초 적극적 시장 개입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다 이란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폐쇄될 수 있는 위험성을 따져 급히 입장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0일 G7 장관 협의에서 '유가가 최근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떨어진 만큼 대규모 시장 개입은 시기상조'라는 미국 측 의견을 전달했다가 2시간도 안 돼 이를 번복하고 비축유 공동 방출을 촉구했다.
WSJ는 미국 정부 내 소식통을 인용해 180도 급변의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비축유 방출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요동치는 유가를 진정시키려면 해당 조처가 꼭 필요하다는 참모진의 조언을 수용해 라이트 장관에게 시장 개입 결정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다른 G7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측의 이런 갈팡질팡 행태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결국 과감히 전략 비축유 출하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32개 회원국이 각국의 전략 비축유 중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등 G7 국가들은 IEA의 결정을 주도하는 실세 그룹이다.
IEA의 비축유 방출은 역사상 6번째로, 이번 출하량은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미국은 IEA 출하량의 43%에 해당하는 1억7천200만배럴을 방출키로 했다.


◇ 혼선 속 갈팡질팡 미봉책?
미국의 입장 선회를 촉발한 주요 요인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이 수주 이상 더 폐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꼽힌다.
페르시아만의 입구에 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요지로,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어 현재로선 운항 재개 조짐이 전혀 없는 상태다.
WSJ은 이번 '손바닥 뒤집기' 결정이 애초 이란 전쟁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이 큰 혼선을 겪고 있는 것의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 리스크와 이에 따른 유가 문제를 과소평가하다 부랴부랴 미봉책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이번 4억 배럴 비축유 방출 결정도 국제 유가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호르무즈 해역이 글로벌 원유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만큼 비축유 공급으로는 이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4억 배럴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조달되는 물동량의 20일치에 불과하다.
국제 유가는 IEA의 비축유 방출 발표가 나온 11일 당일 5% 이상 치솟아 하락 압박 예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영국의 시장 분석 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이코노미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IEA 회원국이 공급하는 비축유 방출 속도로는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설령 교전 상태가 조기에 종결된다고 해도 수급 불균형을 즉각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바주카 일찍 쓰면 역효과"
IEA 주요 회원국 사이에서도 비축유 방출의 필요성에 대해선 당초 견해차가 작지 않았다.
예컨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시장 개입에 주저했지만, 수입 석유 의존도가 높은 일본 등 아시아 회원국들은 비축유 공급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IEA 결정을 앞두고 각국 당국자들은 밤을 지새우며 에너지 전문가와 금융권 인사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협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한 주요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측 한 장관에게 "비축유 대량 방출이란 '최대 바주카포'를 이번 전쟁에서 너무 일찍 써버리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평정심을 잃었다는 부정적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IEA 회원국들은 결국 비축유 방출과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적 이견이 바깥에 알려지면 국제 사회의 '공조 실패'로 해석돼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일본과 캐나다는 각각 3천50만 배럴과 2천36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할 예정이다. 한국은 2천246만 배럴을 공급한다.
비축유 방출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봉쇄 직후인 2021년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비축유 방출을 단행하자 수년간 이를 비판했는데, 자신도 같은 결정을 하게 돼 여론의 역풍을 맞을 공산이 커졌다.
현재 미국의 전략 비축유는 최대 보관량 대비 60%가 남은 상태이며 이번 방출이 이뤄지면 비축률은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2기 취임 때 전략 비축유를 100% 다시 채워놓겠다고 공언했는데, 당초 약속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비축유 재보충은 원유 구매에 수백억달러의 큰 예산이 필요해 이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채'가 될 수 있다.
t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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