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막히자 우회…시간·비용 부담 크고 이란 공격 위험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전쟁으로 걸프해역(페르시아만)이 막히자 대형 유조선 선단이 홍해 연안으로 몰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박 중개업체들에 따르면 원유 200만배럴 이상 선적할 수 있는 대형 유조선 약 30척이 앞으로 며칠에 걸쳐 사우디 서부 홍해의 얀부항으로 갈 예정이다. 한 달에 2척 정도가 이 항구로 향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홍해로 유조선을 보낸 선사에는 그리스 억만장자 요르고스 프로코피우의 디나콤탱커스, 안드레아스 마르티노스의 미네르바 마린, 노르웨이 출신 욘 프레드릭센의 프론트라인, 중국 국영 중국원양해운(COSCO·코스코)이 포함돼 있다.
이들 선박 중 다수는 사우디에서 아시아로 원유를 운송하는 장기 계약을 맺고 있으며 당사자들이 걸프해역 항구 대신 얀부에서 석유를 운송할 수 있도록 재협상했다고 선박 중개업체들은 전했다.
한 중개인은 물량 대부분의 목적지가 중국이며 "소수는 인도, 두어 척은 한국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는 걸프해역 저장시설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산유량을 줄이고 있지만, 사우디의 경우 원유가 나는 동부와 서부 해안을 잇는 송유관이 수출 생명선이 되고 있다.
사우디에서 수출되는 하루 약 700만 배럴의 원유는 평소 동부 해안에서 걸프해역을 향해 출발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이곳이 막히자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하루 500만배럴을 홍해를 통해 수출할 계획을 세웠다.
석유 데이터 플랫폼 케이플러의 매슈 라이트 수석화물분석가는 "얀부의 인기가 급등했고 당분간은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항로에 안전이 보장된 건 아니다. 남쪽에서 홍해로 진입하려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야 하는데 이곳에서 최근 수년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선박을 공격했고 이란 미사일 사정권에 있기도 하다.
이론적으론 사우디 서부에서 선적한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해 북쪽으로 항해할 수 있지만 여러 주에 걸친 운송 기간과 큰 비용이 추가된다.
시장정보업체 아거스의 화물 전문가 존 올렛은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을 고려하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몇 달간 후티 공격은 없었으니 얀부가 원유 수출에 유일한 옵션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상정보업체 EOS리스크의 마틴켈리 자문팀장은 시간·비용 추가에 더해 가장 큰 위험은 이란의 공습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케이플러의 라이트 분석가는 "중동 에너지 자산은 모든 게 테이블에 있다"며 "계속해서 해나가야 하고 모든 선적 가능한 항구는 최대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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