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예산·인력 승인 문제로 9월 시행 무리…프리마켓은 8시 개장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한국거래소가 최근 프리·애프터마켓 시행일을 9월 14일로 연기한 가운데 증권업계는 투자자 혼란과 시스템 안정성 등이 우려된다며 9월 시행도 촉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윤 KB증권 IT본부장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거래소의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담회'에서 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간 주문 처리 방식 차이로 투자자들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 "넥스트레이드는 '원보드 체계'를 통해 프리마켓에서 미체결된 주문이 정규장과 애프터마켓으로 이어지지만, 거래소는 프리마켓 미체결 주문이 정규장으로 이전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ATS(대체거래소) 오픈 이후 많은 증권사에서 거래 장애가 있었는데, 지금도 고객 민원이 많고 내부적으로 개선할 게 많아 시간이 촉박하다"며 "제도 개편 시 업계와 충분한 토론을 한 뒤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진만 유진투자증권[001200] IT본부장도 "넥스트레이드는 주문이 메인마켓으로 연장돼 프리마켓에서 체결되지 않은 주문은 메인마켓에서도 유효하지만, 거래소는 그렇지 않아 고객 입장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이 부분이 통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면서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공급자) 매매를 위해 직원들이 2시간 전에 출근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근로제를 고려할 때 인력을 충원하거나, 시차 출퇴근제를 운영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표했다.
외국계 증권사도 인력 부담 등을 이유로 9월 거래시간 연장과 프리마켓 7시 개장에 난색을 보였다.
유형석 다이와증권 IT본부장은 "이번 거래시간 변경안은 기존 근무 시간을 훨씬 넘어서는 대규모 변경이라 예산과 인력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다"며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런 예산과 인력 승인까지 보통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9월 안에 승인받고 안정적으로 참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프리마켓 개장 시각과 관련해서는 "여러 고객의 수요를 고려했을 때 7시 개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8시 개장을 고려해달라"며 "미국 고객 등 우리 외국 고객들은 보통 기관 투자자이기 때문에 아침 7시까지 남아서 실시간으로 주문을 넣을 가능성이 작으며, 7시에 외국계 증권사의 IT 직원들이 전부 출근해 거래를 지켜봐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는 회원사에 (시장 참여와 관련해) 재량권을 주겠다고 안내했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 이 시장에 참가하게 되면 해당 증권사로 수익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후속 증권사들은 준비 상황과 상관없이 무리해서라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급하게 12시간 거래를 추진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창욱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앞서 미국에서 거래시간 늘렸을 때 유동성이 분산되고, 자전거래 등 문제가 발생했는데 우리도 시장의 투명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외국인·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정말 큰데, 아무런 대안 없이 무조건 거래 시간을 늘려 개인 투자자를 도박판으로 몰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프리·애프터마켓 개장 시점이 연기됐지만) 9월 14일에도 우리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을 것"이라며 "차근차근 준비해서 금융투자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판에 왜 또 9월 14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동화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는 "프리·애프터마켓 개설 초기부터 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참여'와 '선택적 참여'라는 원칙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며 "참여를 선택한 회원사들의 부담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의 요구사항을 최종 제도안에 모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업계의 실무적 부담을 덜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투자자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으로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영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사무관도 "거래소가 업계와 함께 시장 운영 방식과 시스템들을 더 정교하게 준비하고 충분한 테스트 기간 등을 거쳐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도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원 국회의원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시장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되거나 준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채 속도만 앞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관련 제도 설계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빠짐없이 반영되도록 국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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