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미일회담서 평화헌법 덕 본 다카이치…개헌논의에 영향 생길까

입력 2026-03-28 07:07  

[특파원 시선] 미일회담서 평화헌법 덕 본 다카이치…개헌논의에 영향 생길까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의 현행 헌법은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평화주의의 원칙하에서 전쟁이나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육해공군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조항인 헌법 9조는 2개항으로 구성돼있다.


제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혹은 무력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영구히 포기한다"는 규정이다.
제2항은 "1항의 목적 달성을 위해 육해공군과 기타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평화헌법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이 이끌던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던 1946년 공포돼 현재까지 한차례 개정도 없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일본은 국군 대신 자위대라는 이름으로 군사력을 키워왔고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개헌도 모색해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다.
그는 '보통 국가'라는 논리를 내세워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지향하며 개헌을 일생의 정치 과업으로 여겼다.
다만 집권 당시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신중한 입장 등 정치 환경의 제약에 개헌안 발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여자 아베'로도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현 총리도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8일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한 뒤에는 개헌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총선 승리 다음날 기자회견에서는 "국가의 이상적인 모습을 얘기하는 게 헌법"이라며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은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할 것 등 헌법 9조의 개정을 총선 공약에 담은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어 같은 달 18일에는 "당파를 넘어선 건설적 논의가 (국회에서) 가속하고 국민 사이에서도 논의가 깊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개헌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총선 유세 때에도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개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다카이치 총리가 역설적으로 최근 현행 평화헌법의 덕을 봤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다.
일본을 비롯한 우방국들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에 함선 파견을 요청하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현행 일본 법률 체계에서는 함선 파견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달했고 이런 불가피성을 내세운 덕분에 얼굴 붉히는 일 없이 회담을 무난히 마쳤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직후 취재진에 "일본의 법률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점을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하루 뒤 폭스뉴스에 "일본은 미국이 필요로 한다면 와줄 것"이라면서도 "일본은 헌법상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총리가 헌법 9조를 방패로 세워 트럼프 대통령의 함선 파견 요구를 막아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현지 언론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4일 "헌법 개정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당장 집권 자민당의 개헌 추진 방침에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자민당은 미일 정상회담 며칠 뒤 새로운 당의 비전 초안을 정리하면서 개헌 실현을 위해 "당의 총력을 결집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초안은 창당 70주년을 맞아 내달 12일 당대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정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평화헌법의 덕을 본 사실이 개헌 논의에 당장은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일본의 헌법 개정은 동북아 정세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사안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개헌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계속 주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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