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손 美 팀 스피릿 그룹 대표 "한국 작가 작품 세계에 알려야죠"
온라인 플랫폼·호텔·도서관 전시까지 "찾아가는 K-아트 선보일 것"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흔들었다면, 이제는 민화와 판화 같은 한국의 전통 예술품이 그 뒤를 이을 차례입니다."
미국 LA에서 52년째 활동해온 재미 한인 기업인 에드워드 손(66) 팀 스피릿 그룹 대표는 K-컬처의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한국 전통 예술품에 주목하고 있다. 오렌지 카운티를 거점으로 부동산 기업을 운영해 온 그가 이제는 민화·판화·유화 등 한국 예술품의 해외 시장 개척을 새로운 사명으로 삼고 나섰다.
손 대표는 미국 내 한국 예술품 시장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호텔이나 갤러리에서 판매되는 그림이나 공예품의 상당수가 중국산입니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같은 명화 복제품도 전부 중국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K-푸드, K-뷰티는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민화나 판화 같은 예술품 분야는 아직도 중국 상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 한국 작가들의, 대학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작품은 거기 없는 걸까요."
그는 이미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며 중국산 예술 복제품을 공급해본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한국 작품의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민화 속 호랑이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집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행운의 상징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외국 분들도 바로 반응이 옵니다.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이런 스토리가 담긴 작품은 어디서든 통하죠. 히스패닉 가정에서 이사할 때 최후의 만찬 그림을 선물하듯, 한국의 호작도(虎鵲圖)도 충분히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요."

그는 민화, 유화, 판화는 물론 대학생 창작품까지 수출 상품으로 체계화하고, 유명 작가의 허락을 받아 고품질 복제품을 수천 점 단위로 대량 제작·공급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비롯해 K-컬처 열풍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한국 예술이 정작 상품화 단계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손 대표가 구상하는 한국 예술품 수출 전략의 핵심은 '리치 아웃'(reach out), 즉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웹사이트를 열어놓고 오길 기다리면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찾아가야 해요. 전 세계 한인 경제인 네트워크와 각 지역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소개하면 훨씬 효과적이죠. 예술가들이 잘하는 건 창작이지, 마케팅이 아니잖아요. 그 부분을 저희 같은 경제인들이 채워줘야 합니다."
그는 미국 전역의 호텔과 공공도서관을 유망한 전시 거점으로 꼽았다.
"미국에 있는 호텔과 공공도서관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한국 예술 굿즈나 작품을 진열해둔다면 훌륭한 홍보 공간이 될 수 있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시를 연동하고, 신용카드 한 장으로 바로 집까지 배송받을 수 있는 물류 시스템까지 갖추면 판매 효과는 훨씬 커지죠."
손 대표의 미국 인연은 단순한 이민 역사를 넘어선다. 그의 집안은 LA 한인 독립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다.
1974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떠난 그는, 작은할아버지가 LA에서 독립교회 목사로 활동했다고 소개했다.
독립교회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이끈 흥사단과 함께 LA 한인 독립운동의 중심축을 이루던 곳으로,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인근에 있다.

작은할아버지 가족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모국을 찾았다가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시민권자 귀국 명령에 따라 귀환했으며, 이 과정에서 외무부 공식 이민 케이스 1호로 미국에 재입국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민을 가지 않았더라면 더 잘 살았을 수도 있다고 어르신들이 농담처럼 말씀하시지만, 저는 그 길이 결국 나름의 애국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하는 일도 같은 맥락이죠.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 시장에 알리고, 재외동포들이 모국을 더 자주 찾게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애국입니다."
그의 부인은 현재 UC 리버사이드 소재 도산 안창호 기념위원회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 역시 매년 열리는 안창호 선생 기념행사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손 대표는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 LA 지회장, 어바인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오렌지 카운티 한인체육회 회장을 역임하며 LA 한인 사회의 중심에서 활동해왔다.
그의 부동산 법인은 남가주 전체에서 한국 내 분양 실적이 가장 높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대우 푸르지오를 비롯해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인근 단지 등을 미주지역 동포들에게 소개해왔다. 어바인시와 서울 서초구의 자매결연을 주도한 것도 그의 대표적인 이력 중 하나다.

손 대표는 또 엔지니어 전공을 살려 정수 사업을 운영했으며, 미국 국제수질협회(WQA) 제1호 한인 엔지니어로 등록한 경력도 갖고 있다.
또한 무선조종 자동차·보트용 고효율 배터리 충전기를 자체 개발해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제조업 이력도 보유하고 있어, 반세기 넘게 다양한 분야에서 한인 경제의 저변을 넓혀온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인터뷰 말미, 그는 K-컬처의 다음 분야에 대한 확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는 이미 세계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진짜 한국 작가의 이름이 담긴 작품이 세계인의 벽에 걸릴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찾아가야 할 때입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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