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주미대사 추방 1년만…악화일로 대미관계 개선 임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마지막 백인 정권에서 장관으로 재직하며 자신과 아파르트헤이트(흑인 분리·차별 정책) 폐지를 협상한 룰프 마이어(78)를 15일(현지시간) 주미 대사로 지명했다.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공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추방해 공석이 된 지 1년1개월만이다.
뉴스24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이어 대사 지명자는 마지막 백인 소수 정권이었던 프레데리크 데 클레르크 대통령(1989∼1994 재임) 말기 헌법 담당 장관으로 재직하며 정부 측 수석 대표로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협상에 나섰다.
당시 그의 협상 상대가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수석 협상대표였던 라마포사 현 대통령이다.
두 사람은 협상 과정에서 함께 낚시 여행을 떠나는 등 친분을 쌓았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마이어 지명자는 1994년 만델라 대통령 취임 후 출범한 국민통합정부에도 헌법 담당 장관으로 참여했으며, 이후 통합민주운동(UDM)을 창당했다가 여당인 ANC 당원이 됐다. 2000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국제 협상 자문 등을 했다.
아프리카너(17세기 남아공에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집단) 출신인 마이어의 주미 대사 지명은 지난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인 남아공과 미국의 관계 개선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남아공이 도입한 토지수용법을 백인 소유 토지를 강탈하기 위한 차별이라고 비판했고, 백인 농부가 박해·살해당하고 있다며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을 면박했다.
미국은 지난해 남아공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했을 뿐 아니라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남아공의 참석을 배제했다.
엄격한 이민 정책을 펼친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공 백인에 대해 박해를 인정해 난민으로 받아들이면서 올해 1분기 미국이 받아들인 전체 난민 4천499명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인 3명을 제외한 전원이 남아공인으로 집계됐다.
마이어 지명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동안 미국을 남아공의 중요한 파트너로 설명하며 양국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남아공 SABC 방송과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한동안 미국과 관계를 소홀히 했다"며 "가능한 한 빨리 미국과 적극적인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어의 주미 대사 지명에 대해 보수 아프리카너 단체에서는 그가 ANC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원칙 없는 인사라고, 극좌 정당인 경제자유전사(EFF)에서는 정부가 미국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택해 백인 권력구조에 순응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해외 공관에서 남아공을 대표하는 모든 대사는 정부의 정책을 준수하고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마이어 지명자는 이 나라와 정부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신임을 나타냈다고 남아공 eNCA방송은 전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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