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정권 보위 친위대

입력 2026-04-21 06:30  

[인&아웃] 정권 보위 친위대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종전(終戰) 협상이 또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발표 23시간 만에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이란의 외교 관료들이 협상에 임할 때마다 혁명수비대는 미사일·드론 등으로 응수했다. 협상파의 계산을 뒤엎고 국가의 향방을 결정하는 실권은 무력을 가진 자들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법이다.

▶ 독재 체제에서는 흔히 '군대 위 군대'가 존재한다. 권력이 불안한 체제는 정규군만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정권을 수호하는 군대, 이른바 정권 보위 친위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혁명수비대다.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루홀라 호메이니가 창설했다. 병력 규모는 정규군보다 적지만 핵심 전력은 이들이 쥐고 있다. 전쟁 자산은 물론, 쿠드스군과 바시즈 민병대, 호르무즈 해협 통제까지 이들 소관이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 진압도 이들이 맡는다.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장까지 혁명수비대 출신이 차지했고, 석유·가스·건설·금융까지 장악했다. 군대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다.

▶ 로마 제국의 황제 친위대인 '프라이토리아니'(Praetorian Guard)는 정권 보위용 친위대의 원형으로 자주 거론된다.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기원전 27년 무렵 황제 경호를 위해 이들을 조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단순한 호위대를 넘어 황제 즉위와 폐위에까지 개입하는 '흑막'(黑幕)이 됐다. 이들은 '폭군'으로 불리던 칼리굴라를 죽이고 클라우디우스를 황제로 옹립했다. 또 페르티낙스를 살해하고 193년 제위를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돈 많이 내는 자가 황제가 됐다. 율리아누스가 황제 자리를 낙찰받았다가 두 달 만에 근위대 손에 피살됐다. 황제가 친위대를 통치한 게 아니라 오히려 조종당한 셈이다.

▶ 현대에 들어 가장 악명 높은 친위대는 나치 독일의 SS다. 처음엔 아돌프 히틀러의 경호를 위해 만들어진 소규모 경호반이었다. 하지만 하인리히 힘러의 손을 거쳐 강력한 친위조직으로 몸집을 불렸다. SS와 게슈타포의 수장이 된 힘러는 정보기관과 비밀경찰, 강제수용소, 무장부대까지 장악했다. 친위대가 군사적 실체라면, 비밀경찰은 정치적 유령이다. 소련의 비밀경찰 NKVD(내무인민위원부·KGB 전신)은 볼셰비키 혁명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내부 숙청과 공포정치를 수행했다. 스탈린의 대숙청(1936∼38) 때에는 75만 명이 이들에게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친위대는 역사의 유물이 아니다. 북한의 호위사령부는 '최고 존엄' 김정은을 지키는 보위 기관이다. 규모도, 편제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호위사령부가 3대 세습을 가능케 한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군이 국가가 아닌 독재자의 안위에만 집중하는 순간, 그 존재 의의는 체제 보위로 바뀐다. 정규군은 국가를 염두에 두지만, 친위대는 권력의 생존만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투력보다는 충성이, 능력보다는 복종이 우선시된다. 국가를 지키는 군대가 아니라 권력을 지키는 군대. 그것이 친위대의 본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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