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차단 근거로 추측…"항전 준비 안된 나라 있다"
에스토니아 "과도한 불안 조성…언론에 소란 피우지 마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러시아가 대규모 동원령을 내리고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연안국을 침공할 수 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했다. 그러나 에스토니아는 근거가 없다며 이례적으로 젤렌스키를 비판했다.
20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매체 ERR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9일 자국 TV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총동원령에 따른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접속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발트 3국을 상대로 공세를 병행할 수 있다며 "발트해 국가 중 한 곳처럼 강력한 항전에 준비되지 않은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그동안 발트 3국이 러시아의 다음 표적이 될 거라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셜미디어 차단을 근거로 침공을 준비하는 구체적 정황이 있다고 추측한 것이다. 그는 "나토의 개입 여부가 (러시아의) 결정을 좌우할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방위 원칙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젤렌스키가 과도하게 불안을 부추긴다는 반박이 나왔다.
마르구스 차흐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우리 정보나 위협 상황 평가와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러시아가 나토나 발트해 국가들을 공격하기 위해 병력을 집결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도, 경제적으로도 딱히 강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도 "현재 러시아의 움직임은 명확히 우크라이나와 관련 있고 우리를 향한 게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는 서방 동맹국들에서 더 많은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마르코 미흐켈손 에스토니아 의회 외교위원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에 불안감을 조성해 오히려 러시아의 심리전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동맹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심각한 위협이 있다면 언론에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동맹국끼리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트해 연안국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비판이 동시에 터져나온 건 이례적이다. 1990년대 초반 옛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발트 3국은 러시아를 최대 안보 위협으로 보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에스토니아는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하는 돈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투입해 GDP 대비 비중이 덴마크(3.3%) 다음으로 컸다. 리투아니아(2.5%)와 라트비아(1.9%)가 3·4위였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