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종료시점 이견…이란 참석 미정·美 출발 지연에 협상 개시 불투명
美, 이란연계 선박 나포·추가 제재…갈등요인 누적되며 협상 변수 확대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휴전 만료를 앞두고 2차 종전 협상을 둘러싼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은 21일(현지시간) 중재국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재로선 협상 개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출발해 파키스탄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정오 기준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밴스 부통령이 참여하는 추가 정책 회의로 인해 협상단의 출발이 지연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일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이란의 협상 참여가 확실하지 않아 밴스 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이 보류된 것이라고 한 미국 당국자는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실제로 이란은 2차 협상 참석 여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종전 협상 참여에 대해 "현재까지 어떠한 최종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미국 측이 보여주는 모순된 메시지와 일관성 없는 행보, 그리고 용납할 수 없는 조치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군의 이란 연계 선박 나포와 추가 제재, 군사 행동 가능성을 언급한 강경 발언 등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휴전 종료 시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22일 저녁(한국시간 23일 오전)에 휴전이 만료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 국영TV는 미국과의 휴전이 이란 현지시간으로 22일 오전 3시 30분에 종료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란이 제시한 시점은 미 동부시간 21일 오후 8시(한국시간 22일 오전 9시)에 해당한다.
이처럼 종료 시점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협상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협상 참여를 확답하지 않는 이란이 보다 이른 시점에 휴전 종료를 기정사실로 하며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은 지난 7일 '2주 휴전'에 합의하면서 당초 이날이 시한으로 여겨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휴전 종료 시점을 미 동부시간 기준 22일 저녁으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군사적 긴장을 자극하는 변수들도 잇따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전날 인도태평양 사령부 책임 구역 내에서 이란 연계 유조선 티파니호를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티파니호는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던 제재 대상 유조선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난 해역까지 작전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이란에 대한 압박을 한층 높이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미군은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 입구인 오만만에서 이란 남부 반다르 아바스로 향하던 이란 화물선도 사격한 뒤 나포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를 통해 미국의 해상 봉쇄를 전쟁 행위로 규정하며 "이는 휴전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이란 상선 나포에 대해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을 인질로 잡는 것은 (항구 봉쇄보다) 훨씬 더 중대한 위반 행위"라고 규탄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에 무기를 지원한 개인과 단체 등에 대해 이날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등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이어갔다.
아울러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을 향해 로켓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이에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 위반을 주장하는 등 역내 충돌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헤즈볼라는 공격 사실을 인정하며 이는 이스라엘 측이 200차례 넘게 휴전 합의를 위반한 데 따른 응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 종료를 앞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에 극적으로 마주앉을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지난 11∼12일 파키스탄에서 열린 1차 협상 당시에도 양측이 직전까지 강경 발언을 주고받다 협상에 나선 만큼, 이번에도 유사한 전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핵심 쟁점인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과 우라늄 비축분 처리 문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 등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해 합의 도출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란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결국 훌륭한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휴전 기간을 연장할 생각이 없다면서 합의 불발 시 "(이란) 폭격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군은 출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휴전 기한이 추가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 충돌이 재개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수일간 전개가 중동 정세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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