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기대 속 '데이터 주권·감시' 우려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피터 틸과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 간 접촉을 둘러싸고, 감시 기술과 정치권력의 결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단순 투자 방문을 넘어 기술, 이념, 국가 디지털 주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으로 평가된다.
틸은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공동 설립자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억만장자 투자자다.
그러나 그는 과거 "자유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는 등 반(反)자유민주주의 성향의 정치적 발언으로도 논쟁의 중심에 서 온 인물이다.
또한 미국 정치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온 인사로 알려졌으며, 친미·친이스라엘 행보를 이어온 '남미의 트럼프' 밀레이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틸이 밀레이 정부와 접촉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팔란티어의 사업 모델이 있다.
이 회사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범죄 예측, 군사 작전 지원, 정보 분석 등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미국 중앙정보국, 연방수사국, 국방부 등과 협력해온 대표적인 정보·감시 기술 기업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아르헨티나 인공지능 전문가 세바스티안 디도메니카는 현지 매체 페르칠에 "팔란티어는 위치정보, 금융 거래,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마이닝 플랫폼"이라며 "사실상 글로벌 감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사적 정보가 대규모로 활용된다"며 "무엇을 위험으로 판단하는지, 어떻게 감시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예측 감시 기술은 특정 행동을 사전에 위험으로 간주하는 구조로,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큰 영역"이라며 "대규모 개인 프로파일링이 가능해져 사회 통제나 정치적 악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즉, 디도미니카는 '데이터 주권(국가와 시민의 정보 통제권)' 침해 가능성과 '알고리즘 기반 감시의 불투명성'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기술 도입은 반드시 공론화와 의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국가가 이런 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결국 데이터 주권이 약화되고 민감한 정보가 외국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절차적 측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틸과 정부 인사 간 회동이 23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출입기자단의 접근이 금지됐고, 공식 설명 없이 사진만 공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명성 부족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도 이번 논란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리튬과 에너지 등 전략 자원을 보유한 환경이 글로벌 기술 기업에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감시 기술과 자원, 국가 권력이 결합된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현지 매체 인포바에는 이번 접촉이 아르헨티나가 글로벌 기술 투자 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25일 보도했다.
기술 투자 유치로 아르헨티나를 남반구 기술 허브로 도약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비교적 낮은 인건비, 우수한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기업 방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감시 기술 기업, 민주주의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온 인물, 그리고 친미 성향의 정부가 동시에 맞물린 상황에서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민주주의와 정보 주권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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