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사웨 '2시간대' 돌파…동아프리카 60년 마라톤 제패 이유는

입력 2026-04-27 16:20  

케냐 사웨 '2시간대' 돌파…동아프리카 60년 마라톤 제패 이유는
인종 특징과 고지대 훈련, 가난 탈출 성공하려는 목표 등 결합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동아프리카 케냐와 에티오피아, 우간다 선수들은 60년 이상 마라톤 등 장거리 달리기 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했다.
마라톤 풀코스 '2시간의 벽'을 깬 '서브 2'(2시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 기록이 처음으로 나온 지난 26일 런던마라톤 대회는 그 결정판과 같았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는 42.195㎞ 풀코스를 1시간 59분 30초에 완주하며 서브 2를 역사상 처음으로 달성했다.
2위로 들어온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도 1시간 59분 41초로 두 번째로 서브 2에 성공했으며 3위인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도 기존 세계기록보다 빠른 2시간 00분 28초를 기록했다.
같은 대회 여자부에서도 에티오피아의 티지스트 아세파가 여자부 세계 신기록인 2시간 15분 41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동아프리카 3개국 선수들이 서브 2와 세계 신기록을 모두 휩쓸면서 우수성을 재확인한 대회였다.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가 1960년 로마올림픽 마라톤에서 맨발로 달려 금메달을 딴 뒤 수십 년간 동아프리카 국가에서 최고 마라톤 선수들이 배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림픽 마라톤에서 맨발로 우승한 주자는 아베베가 유일할 정도로 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상징적인 마라톤 개척자로 꼽힌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인종과 환경, 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종적으로 국제 마라톤 등 장거리 종목을 휩쓸고 있는 케냐 선수들의 상당수는 칼렌진 종족이다.
케냐 나이로비 케냐타대의 빈센트 오니웨라 교수는 2019년 11월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케냐가 주요 국제 달리기 대회에서 따는 금메달의 약 73%가 칼렌진족 선수들에게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마라톤 2연패를 달성한 엘리우드 킵초게는 칼렌진족 출신이다.
그는 세계육상연맹이 인정하는 공식 마라톤 대회가 아니었지만,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네오스(INEOS) 1:59 챌린지'에서 풀코스를 1시간 59분 40초에 달리며 처음으로 '2시간 벽'을 돌파한 바 있다.
칼렌진족은 신체적으로 다리가 가늘고 가볍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 달리는 데 적합하다는 견해가 있다.
케냐뿐 아니라 에티오피아, 우간다 선수들도 칼렌진족과 비슷한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
이들 국가의 우수 마라톤 선수들은 고지대에서 생활하고 훈련한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칼렌진족은 케냐 고원 지대인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에 모여 사는 데 해발 2천m 이상에서 생활해 심폐지구력을 강화하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서브 2 기록을 사상 처음으로 달성한 사웨도 리프트 밸리에서 태어나 다른 케냐 선수들처럼 고지대에서 훈련했다.
오니웨라 교수는 "고지대에서 훈련하면 낮은 지대에서 달리는 것은 아이들 놀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생활 환경과 성공을 위한 동기도 동아프리카 국가 선수들이 마라톤을 제패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아이들은 시골 환경에서 자라면서 정크 푸드를 자연스럽게 멀리하고 어디나 뛰어다니면서 달리기에 익숙해진다.
동아프리카 식사는 전통적으로 탄수화물이 많고 지방이 적은데 이는 장거리 달리기에 필요한 많은 열량에 적합하다.
생활 습관 면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학교까지 하루 왕복 10∼20㎞를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뉴욕마라톤 우승자인 케냐 출신 제프리 킵상 캄워러는 "10대 때 의식하지도 못한 채 학교까지 하루 왕복 총 12㎞를 뛰어다녔다"면서 "달리기는 태어난 이후 우리의 삶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미 제로노 킵소이 주한 케냐대사도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달리기는 어려서부터 우리의 일상"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아베베 등 에티오피아 유명 달리기 선수들도 케냐와 비슷하게 고원지대에서 어렸을 때부터 자라고 훈련했다.
마라톤 등 육상으로 세계적 스타가 될 경우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점도 빈곤율이 높은 이들 국가에서는 매력적인 요소다.
케냐 육상 선수를 훈련한 베르나르 오우마 코치는 "리프트 밸리에서 자라는 젊은이들은 성공한 육상 선수에 둘러싸인 채 성장하며 대부분이 육상을 돈을 버는 한 방법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것이 달리고 승리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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