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러 항구 겨냥한 우크라 드론 공격 차단 효과도 계산한 듯"
푸틴 경제특사 "러 가스 없는 독일, 경제 붕괴로 향하고 있어"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러시아가 자국을 거쳐 독일 동부로 이어지는 카자흐스탄 원유 수송을 중단한 것은 중동 전쟁발 에너지 위기에 신음하는 독일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급부상하는 독일 극우정당에 힘을 싣는 이중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이 전했다.
러시아 측은 공식적으로는 원유 수송 중단이 기술적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조치에는 독일의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킴으로써 독일 정부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오는 9월 지방 선거를 앞둔 독일 동부 지역에서 친러 성향의 독일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을 지원 사격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외교협의회(ECFR) 소속 러시아 에너지 정책 전문가 시몬 카르다시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원유)수송을 중단하고, 독일로의 수출을 방해함으로써 석유 위기를 부추기길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독일지사는 러시아 에너지부 지시에 따라 내달 1일부터 카자흐스탄 원유를 독일로 수송할 수 없게 됐다고 독일 에너지 당국에 최근 통보했다.
독일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산 원유를 끊고 카자흐산 수입을 늘렸다. 하지만, 러시아를 경유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카자흐산 원유를 공급받고 있어, 러시아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독일이 지난해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수입한 카자흐산 원유는 210만t, 하루 평균 4만3천배럴로 2024년보다 44% 늘었다. 이렇게 수입된 카자흐산 석유는 폴란드 국경 근처 브란덴부르크주 슈베트에 있는 PCK 정유소에서 정제 작업을 거쳐 베를린 등 독일 동부 지역에 공급된다.
카네기재단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선임 연구원 세르게이 바쿨렌코는 "정유 공장들이 겪는 어려움을 가중시키기에 좋은 시점"이라며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드루즈바 송유관의 대체 경로로 꼽히는 발트해 항구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중단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차단할 목적으로 최근 프리모르스크, 우스트루가 등 발트해의 러시아 항구들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부쩍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트해 항구들이 독일로 향하는 원유의 경유지 역할을 한다면 우크라이나로서는 이 항구들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행하기가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실제로 로스네프트 독일지사의 원유 수송 중단 통보가 이뤄진 직후 PCK 정유소가 발트해 항구도시 로스토크에서 연결된 다른 송유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자흐산 원유 공급 중단은 작센안할트주 등 오는 9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옛 동독 지역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 이 지역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AfD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경제 침체를 부각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해결책으로 주장하고 있는 AfD는 카자흐산 원유 공급 중단에 따른 연료 부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AfD는 최근에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 공급을 재개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AfD의 이같은 입장은 독일 정부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해 에너지 수입 재개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러시아의 목표와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대표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처한 독일은 러시아 가스 없이, 장기 침체를 넘어 회생 불능의 즉각적 경제 붕괴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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