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직관요? 돈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죠"

입력 2026-05-06 07:19  

"월드컵 직관요? 돈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죠"
월드컵 티켓 가격 천정부지…멕시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
관광특수 기대감에 집주인들 단기 임대로 전환…청년층 주거비 상승에 고통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열렬한 축구 팬인 프란시스코 하비에르(70) 씨는 1970년과 1986년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했다. 하지만 자국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직관'은 이미 포기한 상태다.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다. 그는 "멕시코의 경제적 현실을 고려할 때, 오직 가진 사람들만 경기를 직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담했다.
월드컵 경기 티켓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경기장에서 월드컵을 직접 관람하는 건 서민들에게는 가닿을 수 없는 '꿈' 같은 일이 됐다고 미국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에선 개막전을 포함해 월드컵 본선 13경기가 치러진다. 몬테레이에서 4경기, 과달라하라에서 4경기, 멕시코시티에서 5경기가 열린다.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는 모두 멕시코에서 치러진다.

명승부들이 많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멕시코에서 열리는 첫 경기 가격은 3천달러(약 440만원)에서 1만달러(1천470만원) 사이. 대다수 멕시코인에게는 비현실적인 티켓 가격이다. 멕시코의 최저임금은 하루 315페소(2만7천원) 수준으로, 최저임금 수령자의 경우 한 달을 꼬박 일해야 1만페소(약 85만)를 번다.
비교적 넉넉한 하비에르 씨 같은 은퇴자들의 수입도 1천달러(약 147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석 달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제일 값싼 좌석에서 한 경기를 볼 수 있다.
하비에르 씨는 "이번 월드컵은 미국의 월드컵이지, 멕시코의 월드컵이 아니다"며 "티켓 가격은 이미 일반인의 손에 가닿을 수 없다"고 한탄했다.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 티켓 가격은 최대 300만달러(약 44억원)까지 치솟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티켓 고가 논란이 불거지자 경기마다 60달러(약 9만원)짜리 티켓 1천장을 배포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멕시코 축구 팬들이 이런 60달러짜리 티켓을 얼마나 구매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분석했다.

월드컵은 단순히 경기를 못 보는 것과 같은 간접적인 피해만 주는 건 아니다. 물가를 자극해 개최국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친다. 특히 자산 형성이 미미한 젊은 층에 월드컵이 촉발한 물가 상승은 직격탄이다.
물가 인상 가운데에서도 생활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 인상이 치명적이다. 월드컵 관광 특수를 노린 많은 멕시코 아파트 소유자들이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 임대 숙소로 물건을 속속 전환하면서 임대료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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