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 안한다'며 핵물질 생산·인도엔 묵묵부답"
美당국 "구체적 약속 없는 상황 지속시 폭탄으로 대화"
강대강 대치에 둘다 고통…트럼프, 군사옵션 재개 저울질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측 입장차가 여전히 커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옵션을 지렛대로 삼아 이란이 종전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의 실질적 포기가 담긴 타협안을 내놓도록 압박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14개항 규모의 새로운 수정 협상안을 전달했다.
이란은 새 제안에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원론적인 선언을 재확인하고 핵 프로그램의 장기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러시아로 이전하고,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을 단계적으로 재개방하는 방안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반관영 매체인 타스님 통신은 미국이 협상 기간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일부를 유예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측 평가는 냉담하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이란의 새 제안이 이전 안보다 형식적인 개선만 담고 있을 뿐 의미 있는 진전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은 우라늄 농축 중단과 기존 고농축 우라늄 인도 문제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보고 있지만, 이란의 이번 제안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 약속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폭탄을 통한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며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간이 흐르고 있다"며 이란이 유연성을 보이지 않으면 "훨씬 더 강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또 예정됐던 대이란 군사공격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들의 요청으로 일단 연기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군 수뇌부에는 필요시 즉각 대규모 공격을 개시할 준비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 회의를 열어 군사옵션 재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은 몇주째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이 이번 제안을 하기 전 5가지 주요 조건을 제시했다.
이들 조건은 ▲ 이란에 대한 전쟁 배상금 거부 ▲ 이란의 준무기급 우라늄 400kg 미국 이송 ▲ 단 1곳으로 이란 가동 핵시설 제한 ▲ 동결된 이란 자산의 25% 이상 해제불가 등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협상이 성공해야만 전쟁이 끝날 것이며, 향후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미국의 강경한 요구에 전혀 물러서지 않는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인터넷 케이블에 허가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새로운 협상카드를 만들려는 시도까지 이어갔다.
다른 이란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이란의 관리 아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선박 통행료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강대강 대치 속에 양측 모두 전쟁 장기화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과 장기 군사개입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중동 긴장 고조가 미국 경제와 공화당 선거 전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 방문을 통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분쟁 해결을 위한 확실한 지원 약속을 받아내지 못해 초조한 입장이다.
이란 역시 심각한 경제난과 인플레이션 심화, 석유 인프라 피해 위험 등에 직면해 있다.
이란은 올해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내부 체제 반대론자 및 간첩 혐의자에 대한 대규모 체포와 사형 집행을 감행하기도 했다.
양측 모두 아직 협상 창구는 열어놓고 있다.
파키스탄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튀르키예 등이 중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 재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이 핵심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면서 종전 협상이 조기에 타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동에서는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UAE 아부다비의 바라카 원전을 겨냥해 드론이 발사됐다. 이란 매체들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했다.
하지만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이란이 UAE와 사우디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이라며 "이란은 과거에도 공격 책임을 숨기고 방공망을 혼란시키기 위해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드론을 접근시키는 전술을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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