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EU서 빌린 돈으로 하루 32조원어치 '무기 쇼핑'

입력 2026-06-01 17:53   수정 2026-06-02 13:40

폴란드, EU서 빌린 돈으로 하루 32조원어치 '무기 쇼핑'
29건 무더기 계약…전부 자국 방산업체 수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방산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폴란드 정부가 유럽연합(EU)에서 무기 구매 자금 대출을 받자마자 30조원어치 넘는 무더기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매체 TVP 등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폴란드 남부 노바뎅바에 있는 방산업체 데자메트 공장에서 총액 790억즈워티(32조8천억원)에 달하는 무기 구매계약 29건에 서명했다.
주문한 무기는 보르수크 보병전투차량 146대, 호마르-K 로켓시스템용 탄약·지휘·통신 차량 1천대, K9PL 자주포 지원 차량 등이다. 계약은 모두 국영 방산업체 PGZ와 계열사 데자메트 등 국내업체들과 맺었다. 호마르-K는 한국산 다연장로켓 천무, K9PL은 K-9 자주포의 폴란드 수출형 모델이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서명식에서 "폴란드 방위산업 자립과 폴란드군 역량 강화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날"이라며 이날 하루 맺은 계약 규모가 '세계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무더기 무기 계약은 폴란드 정부가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로 불리는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에서 1차 대출금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EU는 러시아의 유럽 침공에 대비한다며 1천500억유로(263조7천억원)의 무기 구매 자금을 마련해 장기 저리로 회원국에 대출해주고 있다. 폴란드가 빌리기로 한 돈은 437억유로(76조8천억원)로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다.

민족주의 성향인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연 3.17% 이자도 많다며 EU 대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도날트 투스크 총리의 친EU 내각이 정부 결의안 등으로 우회해 대출금을 받아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중앙은행이 그동안 모아온 금을 사고팔아 이자 부담 없이 무기 구매 자금을 마련한다는 이른바 '폴란드 세이프 0%'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즈음부터 국제 금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차익거래 방식의 자금조달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을 비롯한 민족주의 우파는 EU가 대출에 구매처 제한을 걸어 독일 등 유럽 다른 나라 배만 불리고 자신들이 최고 동맹국으로 여기는 미국에서 무기 수입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코시니아크카미시 장관은 서명식에서 이번에 주문한 장비 부품업체들이 폴란드 전역에 흩어져 있다며 이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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