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퇴짜 놨던 노르웨이, EU 합류 재추진하나

입력 2026-06-02 01:49  

2차례 퇴짜 놨던 노르웨이, EU 합류 재추진하나
세계 혼돈에 EU 매력 상승…"8월 아이슬란드 국민투표 예의주시"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과거 2차례 유럽연합(EU) 합류를 거부한 노르웨이가 국제 질서의 급격한 재편 속에 EU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EU 가입 찬반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가 진행됐을 당시의 '온건한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세계가 혼란에 빠지면서 EU의 매력도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체 가입을 안건으로 1972년, 1994년 두 차례 실시된 노르웨이 국민투표는 EU 규제가 적용되면 핵심 산업인 어업에서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 탓에 두 차례 모두 부결됐다. 수산업은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부문에 이어 노르웨이의 2번째 수출 산업이다.
에이데 장관은 마지막 국민투표로부터 30여년이 지난 현 시점에 "안정적인 세계는 사라졌고, 우리는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노르웨이 국민들은 그동안 유럽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중 경쟁과 이와 맞물린 무역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EU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EU 가입 재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FT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촉발된 관세 전쟁은 노르웨이의 애매한 위치가 노출하는 계기가 됐다고 짚었다. 유럽경제지역(EEA)의 일원인 노르웨이는 유럽 단일시장에는 속해 있지만, EU 회원국이 아닌 까닭에 EU 집행위원회가 주도하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영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초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고, 중동 전쟁에 대한 유럽 동맹국의 지원 거부에 격노하며 나토 탈퇴까지 거론하는 등 대서양 양안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보에서도 EU 가입의 이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르웨이는 아울러 북극권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스발바르 군도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FT는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와 방위에 부쩍 집중하고 있는 EU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등 EEEA와 나토의 일원이지만 EU 회원은 아닌 국가들에 더 매력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슬란드는 오는 8월 EU와의 가입 협상 재개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EU 재가입에 이미 시동을 걸었다. EU는 유럽 내에서도 최고의 부국으로 꼽히는 아이슬란드를 신규 회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핵심 쟁점인 어업 정책에서 아이슬란드에 예외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최근 시사한 바 있다.
에이데 장관은 "아이슬란드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인접국인 아이슬란드가 어업에서 유리한 조건을 관철할 경우 노르웨이의 여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반적인 여론은 여전히 EU 가입 반대가 우세한 만큼 노르웨이가 당장 새 국민투표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FT는 전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와 관련, 풍부한 석유와 가스 자원을 보유한 노르웨이에서는 EU 가입의 혜택을 생각하기 보다는 자국의 막대한 에너지 자산을 독립적으로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진단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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