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도 이스라엘도 불만인 휴전합의…종전협상에 암운

입력 2026-06-05 04:42  

헤즈볼라도 이스라엘도 불만인 휴전합의…종전협상에 암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이 중재를 통해 나온 이스라엘, 레바논 정부 간 휴전 합의안에 대해 헤즈볼라가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이스라엘 역시 레바논 남부 철군 불가 방침을 고집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워싱턴DC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회담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이 휴전 이행 조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이남 지역에서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의 완전한 공격 중단과 모든 헤즈볼라 대원의 철수를 전제로 한다.
양측은 또 레바논 정부군이 '비국가 행위자'를 배제하고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시범 구역을 신속히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정식 군대가 아닌 헤즈볼라 등이 개입할 수 없는 구역을 조성한 뒤, 레바논 정부가 해당 영토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분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불만을 표출했다.
합의안에서 주요 표적이 된 헤즈볼라는 합의안 자체를 거부했다.
헤즈볼라 수장인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자체 방송인 알 마나르 TV를 통해 발표된 성명에서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을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도록 한 합의안의 요구는 항복과 패배, 그리고 적의 목표 달성을 의미할 뿐"이라며 파렴치한 짓이라고 일축했다.

카셈 사무총장은 이어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침략의 종식과 휴전, 그리고 이스라엘 점령군의 완전한 철수"라며 "점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저항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그 누구와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레바논 마을들이 폭격받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 북부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레바논 정부를 향해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이라는 '촌극'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헤즈볼라는 이런 거부 의사를 레바논 정부 측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군대를 철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부터 북부 국경지대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에 설정한 이른바 '완충지대'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레바논 남부 지역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헤즈볼라의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군은 리타니강 북쪽에서 근접 교전을 벌여 헤즈볼라 대원을 사살하고 무기를 빼앗았으며,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 주둔한 이스라엘군을 향해 로켓을 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레바논 영토의 약 5분의 1(20%)을 장악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한 상태다. 지난 4월 이후 미국이 여러 차례 휴전을 선언했으나 실질적인 종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 거부 움직임은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그동안 미국과 평화 협상 조건으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휴전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 이전의 위치로 철수하고 국제 국경선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란이 이스라엘이 공세를 지속할 경우 레바논과 접한 북부 주민이 대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볼 때 헤즈볼라 지원을 위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 유가 하락과 종전 압박을 의식해 이란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협상 막바지 이란이 최우선 조건으로 제시한 레바논 휴전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종전 협상의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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