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년만에 그리스도 탑 완성해 172.5m 세계 최고높이 교회 등극
교황, 반전·관용 설파…"예수 믿으면서 무고한 사람 죽일 수 없어"
가우디 100주기 맞아 화려한 불꽃놀이로 중앙탑 완공 축하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시간) '신의 건축가' 스페인 카탈루냐의 거장 안토니오 가우디 이 코르네트 타계 100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 걸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 중앙탑을 축복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착공해 145년째 건설 중인 미완의 성당으로, 이날 행사는 시복을 추진 중인 가경자 가우디의 100주기와 예수 그리스도의 탑(172.5m) 완공으로 이 성당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가 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는 지난 6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레오 14세 교황 스페인 방문 일정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봉헌하면서 "돌과 색채, 빛으로 만들어진 도드라진 교리 교수이자 건축학적 걸작"이라며 "우리는 모두 이 건물의 살아있는 돌들"이라고 말했다.
신의 섭리는 자연에 들어 있다고 본 가우디의 신념대로 성당 기둥들은 숲을 형상화했고 내외부의 모든 구조물에 가톨릭의 상징이 담겼다. 성당은 신과 자연에 대한 경이와 신앙적 상징을 가득 담고 있다. 건축가들은 이 성당에 대해 외부는 '돌로 지은 성경'이고 내부는 '기둥과 빛이 이루는 경이의 숲'이라고 설명한다.
교황은 강론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하나의 기념비를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전되는 일"이라며 "이는 하느님이 계속 끌어 나가시는 과업이라는 점에서 기독교인의 삶이 늘 하나의 여정이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 라틴어가 섞인 강론에서 전쟁과 폭력, 무관심에 반대하는 평화와 관용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교황은 "우리는 예수를 믿으면서 전쟁을 부추길 수 없고, 예수를 믿으면서 무고한 이들을 죽일 수 없다"며 "우리는 예수를 믿으면서 고통받고 눈물 흘리며 가난을 피하고자 사람들을 저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최근 전쟁과 폭력, 양극화, 이주민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왔다. 특히 반전 메시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다.
교황은 강론을 마치고 나서 성당 밖 '탄생의 파사드' 앞에 설치된 외부 단상에 올라 성수를 뿌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했다.

성당은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영광을 각각 담아낸 3개의 파사드가 외벽을 형성하고, 위로는 탑 18개가 솟아오르는 구조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과 성모 마리아의 탑(138m)을 4대 복음서 저자(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의 탑(각 135m)이 에워싼다. 더 바깥쪽으론 파사드 3개에 4개씩 12사도의 탑이 있는데, 공사 중인 '영광의 파사드' 쪽 탑 4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날 미사와 축복식에서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살바도르 이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등 교회와 정부 고위 인사, 시민 등 약 8천명이 성당 내외부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고, 인근 거리에 수만 명의 신자와 관광객이 몰렸다.
축복식은 몬세라트 성가대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성당 건물 내외부를 비추는 조명 쇼와 불꽃놀이로 마무리됐다.
앞서 교황은 낮에는 바르셀로나 인근의 관광 명소 몬세라트 수도원을 찾아 묵주기도를 올렸다.
교황은 강론에서 "성모마리아께 우리가 상처가 되는 말, 성급한 판단, 가십, 비방을 삼가도록 가르침을 청한다"며 "우리가 가정에서, 친구끼리, 일터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정치 토론에서,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증오가 희망과 평화로 바뀌도록 사랑을 배울 수 있게 하소서"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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