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도표 연내 '1회 인하'→'1회 인상'으로…정책경로 '매파' 변화 시사
이란전쟁發 인플레 상승 위험 고조…월가, 연내 금리인상 기대 강화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에서 첫 통화정책 회의를 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다음 번 금리 조정이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일 것임을 알렸다.
통화정책 결정 회의체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24년 9월 금리 인하 사이클 개시 후 줄곧 써왔던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문구를 삭제했고, 상당수 연준 위원들은 이날 새로 발간된 경제전망(SEP) 보고서에서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을 제시했다.
연준의 금리 정책 경로가 종전에 알려진 것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바뀌면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날 FOMC 결정에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경제 불확실성 확대를 반영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FOMC가 이날 금리 동결 후 정책결정문은 이전 결정문과 달리 짧고 간명해졌다.
FOMC는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은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공급 충격을 일부 반영하며 여전히 2%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정책 방향을 언급하는 정책 시그널 관련 문구는 통째로 사라졌다.
특히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가 삭제돼 다음 번 금리 조정이 금리 인상일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았다.
워시 신임 의장이 정책방향에 대한 선제안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혀온 점이 이 같은 정책결정문 문구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워시 의장은 앞서 상원 인준 인사청문회에서 연준의 선제 안내가 정책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준이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2021년 인플레이션 급등 당시 연준이 앞서 제시한 정책경로에 사로잡혀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워시 의장의 진단이다.

앞서 FOMC는 지난 4월 29일 기준금리 동결 후 낸 정책 결정문에서 향후 정책방향을 언급하면서 '추가 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정책 결정문에 계속 사용된 이 문구는 연준 다수 위원이 여전히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4월 회의 당시 베스 해맥(클리블랜드), 닐 카시카리(미니애폴리스), 로리 로건(댈러스) 등 연준 위원 3명은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다음번 정책 행보가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 검토를 시사하는 '추가 조정'이라는 완화 편향 문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해맥 위원 등 3명은 이날 FOMC 결정에서 반대 의견을 표하지 않았고, 이날 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한편 결정문에서 선제안내 문구가 사라진 것과 달리 연준이 이날 공개한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에 담긴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은 향후 연준의 금리 경로가 종전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앞서 연준 위원들은 지난 3월 경제전망 점도표에서 연내 1회 금리 인하(중간값 3.4%)를 예상한다고 판단했는데,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연내 1회 인상(중간값 3.8%)을 예상한다고 견해를 바꿨다.
금리 전망 견해를 표명한 위원 18명 중 9명이 연내 1회 이상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적었다.
3명의 위원이 연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상했고, 5명은 0.50%포인트 인상을, 1명은 0.75%포인트 인상을 각각 예상한다고 점도표에 의견을 반영했다.
8명은 연내 금리 동결을 예상했고, 금리 인하(0.25%포인트)를 예상한 위원은 1명뿐이었다.
3월 점도표에서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 위원들의 정책 경로 전망이 상당히 매파적으로 바뀐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워시 의장은 자신이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금리 전망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이날 회견에서 밝혔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정책 경로가 매파적으로 기운 것은 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 지속으로 5월 들어서도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오른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4.2%로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했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5월 미국의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2.9%로 연준 목표 수준(2%)을 큰 폭으로 웃돌아 유가 상승효과를 제외하더라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고조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이 주도하는 대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는 이란 전쟁 발발 이전부터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릴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시장도 현재 연준이 연내 금리를 최소 한 차례 인상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상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오는 12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상할 확률을 86%로 반영했다. 하루 전까지 이 확률은 60%였다.
통화정책에 민감함 단기 국채 금리는 급등(채권가격 급락)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2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4.21%로 전장 대비 무려 0.17%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지난 5월초 이후 약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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