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나라' 한국전쟁 기억 수집하는 튀르키예 사진관

입력 2026-06-21 06:30  

'형제의 나라' 한국전쟁 기억 수집하는 튀르키예 사진관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 앞 5평 사진관, 6·25 사진들 전시
"6·25 전쟁에 대한 기억은 아직 죽지 않은 '진짜 기억'"
우연히 들른 韓관광객·교민들이 선물도…"수집·전시 계속할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사진관을 찾아주는 손님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여기 있는 사진을 볼 때마다 감정이 크게 움직인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카라쾨이 지구.
성소피아 사원과 보스포루스 해협이 한눈에 들어오는 관광지 한복판 요지에 자리 잡은 작은 사진관을 찾았다.
기자를 '칸 카르데시'(피를 나눈 형제)라고 부르며 반갑게 맞이한 사진관 사장 제밀 베슐리(67)씨의 손에 이끌려 좁은 계단으로 이어지는 건물 2층에 올라갔다.
5평이 채 안 돼 보이는 공간이 6·25 전쟁 당시를 기록한 흑백사진으로 빼곡했다.

맹렬한 포격에 무너진 건물, 튀르키예 파병 군인들이 신기한 듯 구경하러 모여든 까까머리 아이들, 전쟁 중에도 날품팔이로 생계를 이어가던 지게꾼들.
베슐리씨가 가장 좋아하는 컷이라며 가리킨 액자 속 사진에는 한 튀르키예 병사가 손수건으로 눈을 훔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고국의 어린 학생들이 써 보낸 위문편지를 읽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라는 설명이 따라왔다.
한국전쟁과 특별한 인연이 없던 그가 관련 사진 수집을 시작한 시점은 불과 1년여 전이다.
튀르키예 현지 곳곳을 다니며 고령이 된 참전용사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던 이스탄불공과대학교(ITU) 소속 김익환 교수가 촬영 필름을 인화하러 베슐리씨의 사진관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베슐리씨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긴 당시의 이미지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조금씩 수소문해 모은 사진이 이제는 300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진들이야말로 사진이 왜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것 같다"며 "6·25 전쟁에 대한 기억이 아직 죽지 않은 '진짜 기억'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베슐리씨는 잠시 대화를 끊더니 주섬주섬 테이블 위에 태극 문양 부채, 첨성대 모형 토기, 한글로 '대구오페라하우스'라고 적힌 쿠션 등을 올려놨다.
우연히 사진관에 들렀다가 컬렉션을 접한 한국인 관광객과 교민들이 반가움과 함께 고마움을 표하며 하나씩 남기고 간 선물이다.

베슐리씨는 "한국인에게 6·25란 마치 튀르키예인이 차나칼레 전투를 생각하는 감정과 비슷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튀르키예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이끄는 오스만제국군이 큰 희생을 치르고 차나칼레 반도에서 영국군의 상륙을 막아낸 '갈리폴리 전투'를 가리키는 말이다.
베슐리씨는 최근 고민이 있다며 PC에 저장된 파일을 열어 보여줬다.
얼굴과 사지가 심하게 훼손된 어린아이의 시신, 걸인과 고아, 고통을 호소하는 부상병들과 같은 참혹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전시 공간을 확장해 전쟁의 여러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가도, 혹시 이를 접한 한국인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이라며 좋은 방법을 궁리 중이라고 했다.
베슐리씨는 "6·25 때의 사진을 보면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고, 튀르키예와 한국의 형제애나 인간 사이의 존중, 사랑 같은 것들도 떠오른다"며 "과거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집과 전시를 계속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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