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변호사 출신의 '정치 이단아' 에스프리에야, 강성 발언으로 돌풍
우파 대안으로 부상해 4년만에 정권교체…범죄 소탕 위한 계엄령 공약도
트럼프와 공조해 마약카르텔과 전쟁 나설 듯…'녹록지 않은 과제' 평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선 결선에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한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48)는 선출직 첫 도전에서 차기 대통령의 자리를 예약한 돌풍의 주인공이다.
그는 장·차관은 물론, 국회의원도 지내지 않았으며 오로지 법조계와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쌓은 스타 변호사 출신이다. 우익 무장단체 조직 지도자들의 감형을 이끌고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자금 세탁책으로 지목된 알렉스 사브를 돕는 등 이념이 아닌 철저한 실리주의적 행보를 보이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대형 로펌을 이끌어온 에스프리에야는 기성 정치계의 '아웃사이더'로서 이번 대선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정치를 혐오한다고 공언했으나, 이제는 '소외된 이들'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정계에 전격 등판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언변이 뛰어난 그는 초반 열세를 딛고, 팔로마 발렌시아 같은 정통 보수 우파의 '적통'을 이은 야당 후보를 제치면서 우파의 새로운 대안이자 대선판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든 핵심 선거 전략은 '안전한 사회 건설'이었다. 실제로 콜롬비아의 치안 상황은 임계점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콜롬비아 당국이 집계한 살인 건수는 1만4천780건으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성향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미겔 우리베가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갈취 범죄 역시 급증해 작년에는 2015년 대비 2배가 넘는 1만3천417건에 달했다.
에스프리에야는 대선 과정에서 이 같은 치안 부재를 전면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엘 티그레'(호랑이)라 지칭하며 강성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해온 그는 불안에 시달리는 국민을 향해 마약 사범과 좌파 반군 세력을 모두 감옥에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아마존 밀림에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교도소 '세코트'(CECOT) 같은 거대 감옥을 10개가량 짓고, 범죄 조직 소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계엄령을 선포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어 표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무대 장치, 음향, 조명, 텔레비전 쇼 같은 웅장한 무대 연출을 선보이는 한편, 지난 4년간 집권한 좌파 진영을 향해 거침없는 극단적 언사를 구사하며 치안 불안에 지친 보수성향과 중도 성향 지지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그 결과 대선 1차 투표에서 43.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여세를 몰아 이번 결선투표에서도 집권 여당 후보인 이반 세페다를 박빙의 차로 앞설 수 있었다.
1차 투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까지 얻은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돈 많은 '정치적 이단아'에서 정치권력과 세력 없이도 국가 원수의 자리까지 오르는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향후 에스프리에야 당선인은 본인이 공언했듯,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강력한 공조 체제를 구축하며 남미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그는 개표 막판 선두를 굳힌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 외교 핵심 인사들로부터 잇달아 당선 축하 메시지를 받는 등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 무장단체 규모가 2만7천명을 넘는 데다 드넓은 정글 지대와 험준한 안데스 고산지대에 광범위하게 산개해 있어, 범죄 단체를 청산하는 건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1%포인트 미만의 박빙 격차에 구스타보 페트로 현 대통령과 세페다 후보가 부정선거 의혹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재검표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당선을 최종 확정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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